통합돌봄의 핵심은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의료와 돌봄의 통합이 아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 개개인의 욕구에 맞춰 주거, 의료, 요양, 생활지원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누리며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개념에는 빠진 질문이 하나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죽을 것인가.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다면, 삶의 마지막도 그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통합돌봄은 ‘살던 곳에서 맞이하는 죽음(dying in place)’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살던 곳에서 맞이하기 힘든 오늘의 죽음은 어디에 있을까. 전체 사망자의 4분의 3이 요양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에서 사망하고 있다. 존엄한 돌봄과 임종은 돈이 많거나 운이 좋아야만 가능하며, 그렇지 못한 대다수는 불평등한 삶의 조건 속에서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의료인류학자 송병기가 말한 ‘각자도사 사회’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청년에게서 들은 할머니의 재택임종 사례는 ‘살던 곳에서 맞이하는 죽음’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오랜 투병 끝에 임종기에 접어든 할머니를 가족은 집으로 모셨고, 열흘 남짓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할머니는 평온하게 눈을 감으셨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며 차분하게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방식은 사전에 가족 간 합의를 거쳐 준비된 선택이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가족의 사전 합의, 곁을 지킬 수 있는 관계망, 기본적인 의료적 지원.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 재택임종은 충분히 현실적인 경로가 된다. 재택임종이 아직은 낯설지만, 불가능한 기적은 아니다.
성남시는 임종을 앞둔 시민이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던 집에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집 생애말기케어 사업’을 지난 4월에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살던 곳에서 맞이하는 죽음’의 지향을 나는 네덜란드에서 발견했다.
네덜란드의 ‘베이나 타위스 하위스(Bijna Thuis Huis, 거의 내집 같은 집)’는 집에서 임종하기를 원하지만, 가족의 간병 부담이나 주거 환경의 한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마련한 ‘임종 전용 주택’이다. 베이나 타위스 하위스의 특징은 철저하게 비의료적이고 일상적인 환경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집 안에는 훈련된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며 정서적 지지와 일상 수발을 제공하고, 의료적 처치는 환자가 이용하던 지역사회의 주치의와 방문간호팀이 찾아와 수행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시설에 ‘입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손님(Guest)’으로 대우받으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다. 이러한 촘촘한 인프라 덕분에 네덜란드의 병원 사망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23.9%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다수 국민이 익숙한 동네 안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
병원 밖 지역사회 임종이 가능해지려면, 가족 간의 충분한 대화와 합의, 일상을 지탱해줄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지역 기반의 돌봄과 의료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삶의 마지막까지를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용기와 그 선택을 지지하는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김수동 돌봄주거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