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은 2028년 개관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제2의 개관’을 통해 단순한 공연전시장을 넘어 ‘K아트의 종가’로 거듭나야 할 변곡점이다. 젊은 첼로 거장이자 지휘자로서 신임 사장을 맡은 장한나의 과제가 막중하다. 연간 250만명이 7개의 공연장과 3개 전시장을 방문하는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심장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첫 번째는 만성 적자를 타개할 재무구조 개선이다. 2024년 기준 결손금이 779억원에 달하며, 개관 이래 영업이익을 낸 해는 단 3년에 불과하다. 예술의전당은 안정적인 대관사업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빚에 쪼들리는 조직이 과감한 예술혁신에 투자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무엇보다 현재 전체 수입의 2%에 불과한 기부금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세계음악분수광장을 비롯한 장소들과 디지털 공간에 기업의 명명권(命名權)을 부여하는 창의적인 파트너십을 제안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확대를 독려하려는 정부 기조와 발을 맞추면서, 이를 예술적 자립을 위한 마중물로 삼는 지혜가 요구된다.
만성적자 해결, 명명권 확대 필요
디지털 강화로 ‘문화 민주주의’
‘무대 절벽’ 청년 예술가들 키워낼
예술 인큐베이터로 거듭날 때다
둘째는 시공간 제약을 넘어서는 디지털 대전환이다.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한 해외 유수의 기관들은 이미 디지털을 경영난 타개의 열쇠로 삼았다. 예술의전당 또한 현재의 ‘디지털 스테이지’를 개선해 고화질·입체음향으로 전 세계가 다양한 K공연을 만날 수 있는 ‘스마트 아트센터’ 플랫폼으로 거듭날 때다. 녹음 및 촬영, 송출 인프라 투자를 통해 예술 향유의 문턱을 낮추는 ‘문화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더불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문화 매거진’으로 전환해 광범위한 팬덤을 구축하고, 이를 유료 스트리밍 회원 및 관객 확장으로 연결하는 정교한 마케팅 설계가 필요하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예술의전당을 미래세대의 ‘인큐베이터’로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 거장들은 국제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예로 세계 3대 콩쿠르(쇼팽, 퀸 엘리자베스, 차이콥스키)만 꼽아봐도 2002년 이래 한국인 수상자는 40명이 넘는다. 반면 많은 젊은 연주자들이 수상 이후 설 곳 없는 ‘무대 절벽’이라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한다. 다른 예술 장르의 현실도 비슷하다.
예술의전당은 이들의 거대한 ‘디딤돌’이자, ‘글로벌 K아트’ 허브가 되어야 한다.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뉴욕 링컨센터, 런던 바비칸 센터 등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 기부금 수입 일부를 미래세대에 투자하는 선순환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 창작지원금 같은 직접지원과 더불어 간접지원도 필요하다. 고도화된 영상 기술로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고품질 디지털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플랫폼에 아카이빙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하고, 글로벌 에이전시의 가교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예술의전당 개관 40주년을 계기로 글로벌 주요 공연장들과 공동제작도 추진해볼 만하다. 임기 내 100명 정도의 ‘예술의전당 펠로’를 육성해 세계 무대에 올리는 것은, 거장 첼리스트이자 지휘자 출신인 장한나 사장만이 해낼 수 있는 진정한 혁신이라고 믿는다. 또한 국가적 자산인 예술가들이 중도 탈락하지 않게 지켜내는 안전망의 구축이기도 하다.
아울러 관객 입장에서 낡은 시설물들의 개보수도 당부하고 싶다. 무대 조망 및 음향 경험을 개선하도록 극장 내부 단차 및 좌석배열 등도 손질이 필요하다. 식음료 부문을 강화해서 공연전시가 없어도 예술의전당을 찾을 매력적인 요소들을 더했으면 한다.
예술경영 전문가 앤드루 테일러는 “예술단체는 관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연주해야 할 악기”라고 말했다. 장한나 사장이 예술의전당을 단순히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그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거대한 악기로 연주해내길 바란다. 이번 인사를 둘러싼 세간의 우려를 잠재울 유일한 해법은 압도적인 경영성과와 혁신적인 예술저변의 확대, 그리고 미래세대 예술가들을 길러내는 사회적 책임 완수에 있다. 장 사장은 예술의전당의 미래를 새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최민영 문화·오피니언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