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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의 꽃밭

입력 2026.05.14 20:27

수정 2026.05.1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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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리는 사진 한 장]무인도의 꽃밭

어린 시절 내가 다니던 학교 이름은 지도북국민학교 어의분교다. 교실도 두 칸뿐인 너무 작은 학교라 해마다 학생을 모집하지 못하고 한 해 걸러 모집했다.

학교에는 늘 1·3·5학년 아니면 2·4·6학년만 있었다. 1·2학년이 교실 한 칸을 썼다. 상급 학년은 같은 교실에서 칠판을 나누어 쓰며 수업했다. 공부한 기억은 별로 없다.

4학년 때 새 선생님이 왔다. 김은택 선생님이었다. 이듬해 사모님인 윤혜정 선생님도 왔다.

두 분이 오고 나서 학교가 완전히 달라졌다. 교실 뒷벽에 우리가 사는 섬과 근처를 그린 지도가 붙었다. 행사표도 달마다 새로 그려져 달렸다.

5학년 때는 학예회도 했다. 두 선생님은 그해 3월부터 우리에게 연극과 춤, 합창을 연습시켰다. 학생 수가 적었기 때문에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다.

그해 어버이날 학예회가 열렸다. 학교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 교실 안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무대는 책상을 잇대어 놓아 만들고 무대막은 교실 커튼을 뜯어 설치했다.

학예회는 대성공이었다. 사람들은 연극이나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를 보내고 즐거워하며 웃었다.

가을에는 운동회도 했다. 좁은 운동장 대신 간척을 하기 위해 둑을 쌓아 만든 펄밭에 만국기가 걸렸다. 우리는 신이 나서 달리기, 과자 따먹기, 물건 찾아오기 등 여러 놀이를 했다. 동네 사람들이 맛있는 밥과 반찬을 해와서 같이 먹고 즐겼다. 큰 마을 잔치 같았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베푼 가장 큰 가르침은 중학교를 갈 수 있게 한 것이었다. 너무 외딴섬에서 살았기 때문에 우리는 중학교에 간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6학년이 되자 김 선생님은 우리에게 중학교 입학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들을 만나 아이들을 중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설득했던 것도 같다. 입시 준비를 위해 6학년 3월 처음 본 모의고사는 충격적이었다. 내 산수 시험 점수는 50점을 겨우 넘었다.

그 이후부터 거의 매주 시험을 보고 보충 학습을 했다. 시험 문제는 목포 어느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모의고사 문제를 여객선으로 배달받았다. 선생님은 틀린 문제 다시 풀기 등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자 모든 학생의 성적이 놀라울 만큼 좋아졌다. 입시가 가까워지자 학교에서 자고 공부하는 합숙까지 했다. 선생님도 자신감이 생겼는지 목포에 있는 여러 중학교에 11명의 아이를 성적에 맞춰 지원을 시켰다.

입학시험 결과는 전원 합격, 단 한 사람도 떨어진 사람이 없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작은 분교에서 그런 학교는 없었다.

두 선생님은 아이들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열심히 뭔가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무인도에 그린 꽃밭은 그분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감사 표시다.

요즘 초등학교 행사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은데 아마도 문제가 있더라도 해보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모든 책임을 선생님들이 져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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