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과 달리 간소…황제들이 제사 지낸 톈탄공원서 2시간 산책
시 주석 “중화민족 부흥·마가 양립 가능”…트럼프, 9월 미국 초청
9년 만에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 2017년과 같은 ‘파격 의전’은 없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과거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톈탄공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산책하는 등 2시간가량 시간을 보내면서 중국의 문명적 뿌리를 강조하고 대등한 미·중관계를 연출하려고 했다.
14일 트럼프 대통령을 맞는 공식 환영행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이 탄 의전차량이 인민대회당 동문광장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인민대회당 본관 계단을 내려가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두 정상은 나란히 붉은빛 넥타이를 매고 상대국 대표단 주요 인물들과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함께 중국군 의장대 사열을 했다. 장신의 병사들로 구성된 의장대가 구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행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동문광장과 연결된 톈안먼광장에서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조기와 오성홍기, 꽃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어린이 환영단에도 손뼉을 치며 미소를 보였다.
두 정상은 공식 환영행사를 마치고 인민대회당에서 2시간15분간 회담을 했다. 시 주석과 미국 기업인들의 만남도 이뤄졌다. 두 정상은 정오가 지나서 공식 회담을 마치고 톈탄공원으로 이동했다. 고궁박물원(자금성)에서 남쪽으로 약 4㎞ 떨어진 곳에 있는 톈탄공원은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 시절인 1420년 건립된 역사적 명소다. 명·청 시기 황제가 풍년을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톈탄공원에서 제례가 이뤄진 건물인 기년전 앞에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2017년 시 주석이 자금성에서 특별공연과 만찬 등을 마련하며 하루 일정 대부분을 함께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역사적 공간의 상징성은 유지하되 의전 규모는 다소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가 손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톈탄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쑨청하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톈탄공원 방문을 두고 “중국이 미·중관계를 단기적 거래가 아닌 긴 역사적, 국제적 질서의 틀에서 이해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싱가포르 방송 CNA에 말했다.
톈탄공원 사진 촬영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훌륭했고 멋진 곳이다. 중국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3시30분쯤 주중 미국대사관 인근 베이징 포시즌스 호텔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뒤 인민대회당으로 향했다. 이후 오후 6시부터 시 주석이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하며 공식 일정을 이어갔다. 시 주석은 만찬에서 자신의 국가 발전 전략인 ‘중화민족의 부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구호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양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는 9월24일 시 주석 부부를 미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환영식에는 미국 측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도 참석했다. 로이터·AP연합뉴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동선에 맞춰 베이징 곳곳에서는 수시로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인민대회당으로 이동하는 시간대에는 주요 도로와 이동 구간이 엄격히 통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 직전인 전날 오후 6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는 베이징 서우두공항 항공편 운항도 전면 중단됐다. 톈탄공원 주변은 12일부터 통제됐으며 13~14일 출입이 전면 제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