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소설가, 비평가이자 감독이기도 했던 수전 손택이 영화의 쇠퇴를 애도한다. 영화의 100년 역사를 아우르며, 탄생하고 번성해 영광을 누린 뒤 불가역적으로 쇠퇴하는 영화를 슬퍼한다. 고다르, 트뤼포, 베르톨루치의 시대가 지나고, “평범한 영화” “뻔뻔스러운 조합과 재조합 예술”이 판치는 세태에 한탄한다. 그런데 이 글이 발표된 건 1996년 뉴욕타임스. 30년이 지난 오늘도 영화는 죽지 않았다. OTT의 위세에 주춤하는 듯 보이면서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선 새로운 시네아스트가 출현한다. 먼 훗날 2020년대를 ‘영화의 쇠퇴기’로 기록할 역사가가 있을지라도, 영화의 사도들은 섣불리 냉소해선 안 된다. “눈앞에 존재하는 이미지에 압도”되는 경험은 아직은 영화의 전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