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온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 최준영 옮김
21세기북스 | 344쪽 | 3만2000원
세계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국제질서를 주도해온 패권국의 힘은 기울었고, 급부상한 신흥국은 경제 성장과 군비 확장을 앞세워 기존 질서의 재편을 요구했다. 오래된 제국들은 주변부에서 세력을 다퉜고, 패전국은 빼앗긴 영토를 되찾겠다는 열망을 키웠다.
지정학적 긴장 이면에선 경제적 불안과 대중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각국은 관세 장벽을 높이며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었고, 불만은 외국인과 이민자에게 향했다. 반외국 정서는 극단적 민족주의와 결합해 지도자들의 판단마저 흐렸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맞서는 현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는 19세기 말부터 1914년까지 100여년 전 풍경이다. 국제사 연구자 오드 아르네 베스타 예일대 석좌교수의 <폭풍이 온다>는 오늘날의 국제정세가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14년 이전의 세계와 섬뜩할 정도로 흡사하다고 논증하는 책이다.
현재의 다극 체제가 더욱 위험한 이유는 기술 발전으로 정치 지도자들이 외교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강대국 간 전쟁이 발발하면 통제 불능 상태로 확대되어 인류의 발전을 한 세대 이상 후퇴시키는 재앙이 될 수 있다. 특히 한반도는 복잡한 동맹 관계와 지정학적 중요성, 대량살상무기로 인해 전쟁 발발 시 세계대전으로 격화할 위험이 높은 곳이다.
저자는 “한반도의 미래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최선의 해결책(완전한 비핵화)을 좋은 해결책(핵 동결)의 적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택적 타협’과 ‘효과적 억지력’을 제안한다. 영토나 주권에 관한 문제에서 적어도 일시적 타협을 이루고, 관세전쟁을 피하며, 평상시 소통 채널을 구축해 갑작스러운 파국에 이르기 전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1914년 이전 세계가 남긴 핵심 교훈은 지역 분쟁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적 대참사를 촉발하는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경고에 귀 기울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