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리스 피플
세라 윈윌리엄스 지음 | 안진환 옮김
디플롯 | 496쪽 | 2만3000원
한때 페이스북은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연결된 곳으로 만들겠다”는 구호 아래 디지털 시대의 이상향처럼 여겨졌다. 국경을 넘어 사람들을 이어주는 기술, 실리콘밸리의 젊은 천재들이 만드는 미래는 낙관적으로 보였다. 신간 <케어리스 피플>은 그 찬란한 신화 뒤에 가려져 있던 권력의 민낯과 도덕적 균열을 파헤친다.
뉴질랜드 출신의 변호사이자 페이스북 공공정책 담당자였던 저자는 2011년 페이스북에 입사해 7년 동안 마크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 등 최고경영진의 최측근으로 일하며 겪은 일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책은 회고록 형식을 띠지만 정치 스릴러 또는 블랙코미디처럼 읽힌다. 거대 플랫폼을 활용한 정치 개입과 청소년 대상 알고리즘 조작, 혐오 콘텐츠 방치 같은 사회적 문제부터 노동 착취와 직장 내 괴롭힘 등 조직 내부 문제까지 페이스북의 이면을 폭로한다.
저자는 페이스북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협력해 유권자 맞춤형 선동 메시지를 확산시켰다고 주장한다. 또 감정적으로 취약한 청소년에게 특정 광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등 사실상 ‘도덕적 파산’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실리콘밸리가 오랫동안 소비해온 ‘진보적 이미지’도 날카롭게 해체한다. 여성 리더십의 상징처럼 추앙받았던 샌드버그는 조직 안에서 “엄마 역할을 지우라”는 분위기를 방조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혁신과 자유를 말하던 기업 문화가 실제로는 인간의 취약함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측은 책 내용을 반박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오늘날 거대 플랫폼 기업이 민주주의와 여론, 인간의 감정 구조까지 좌우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책 제목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따왔다. 무언가를 망가뜨린 뒤에도 책임지지 않고, 혼란의 뒷수습은 타인에게 떠넘기는 사람들을 뜻하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