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독자위원회 5월 정기회의
지난 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독자위원회 5월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이날 회의에는 강형철 독자위원장(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을 비롯해 김희진(돌고래 출판사 대표), 조윤희(법무법인 이채 변호사), 허윤철(한국인터넷신문협회 사무총장), 김용(한국교원대 교수), 김예희(다인세무회계사무소 대표회계사), 오용석(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박병률(경향신문 경제에디터) 위원이 참여했다. 최정묵 위원(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장)은 서면으로 대신했다.
허윤철 = <트럼프의 ‘최최최후통첩’에 이란 ‘콧방귀’…휴전 협상 가능할까>(4월7일자)는 너무 잘 지은 ‘재치 있는 제목’이다. 다음날 YTN에서도 ‘최최후통첩’이라는 표현을 썼고, 라디오에서도 같은 표현이 나왔다. 엄중한 전쟁 상황을 다루는 기사였지만, 당시 트럼프의 여러 상황을 압축적으로 반영하는 표현이었고, 굉장히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이었다. <유잼도시 대전, 성심당만 찍고 돌아가기 아쉬운데…관광객 붙든 빵 보관소는 대학생 아이디어>(4월7일자)는 온라인 제목이 <대박난 대전 성심당 ‘빵당포’, 대학생들 아이디어였다>였다. 지면 제목이 온라인 제목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동혁 “분명 차관보”…‘방미 면담’ 직급 논란에 재반박>(4월25일자)과 관련, JTBC는 사실 내용을 확인했는데 경향신문은 논란을 제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런 기사는 독자들이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사실 확인을 해 정리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인터랙티브] 여론조사 ‘경향’>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올라온 378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전체적인 추이를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보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인터랙티브 기사가 생각보다 노출이 많이 되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쉽다. 지방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각 정당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나온 내용만 선전용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종합해주는 보도야말로 미디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윤희 =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지만, 이후 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여성의 실제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7년…“임신중지 시스템 없으면 ‘36주 산모’ 또 생긴다”>(4월11일자)는 헌재 결정 이후 국회나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문제, 그로 인해 여성들이 처벌받게 되는 문제를 잘 짚어준 기사라고 생각했다. <강남역 사건 10년…여전히 여성은 살해당하고, 페미니즘은 말하기 힘들다>(4월26일자)는 강남역 사건 10주기를 기억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이 일이 개별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여성들이 어떤 주체로서 활동력을 갖게 됐는지, 그럼에도 대학가 등에서 백래시가 심한 문제까지 잘 짚었다. 힘이 되면서도 또 다른 경각심과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기사였다. <서울 초중고 불법촬영·딥페이크 20% ‘학교장 자체 해결’ 됐다는데>(4월22일자)는 이 기사만으로는 이 통계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나 분석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사건이 학교 차원에서 해결되고 끝난 것인지 궁금했는데, 학교장 자체 해결로 학교 안에서도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구체적 원인이 무엇인지, 그것이 문제라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까지 연결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오용석 = 4월8일자 <[점선면] 급하다, 전쟁이 쏘아올린 ‘재생에너지 전환’>은 중동전쟁과 국제유가 급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왜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요한지 설명한 기사다. 단순히 전쟁으로 유가가 오른다는 데 그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전략 등을 연결해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유럽이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확대했는지,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어떻게 하락했는지 등을 함께 제시했는데 재생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안보 문제라는 점을 짚은 것도 좋았다. 다만 기사에 나온 ‘재생에너지 100기가’ ‘전기화 30%’ 같은 개념은 독자들에게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용어가 독자들에게 장벽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은 좀 더 자세하게, 시각적으로 풀어서 설명해주면 좋겠다. 6월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기후는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돌봄, 교통, 재난, 불평등 등 시민 삶의 여러 영역과 연결돼 있는 생활정치의 영역이다. 각 후보의 기후와 관련된 정책 공약들이 시민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분석한 기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지방선거에서 기후·에너지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다.
김예희 = 인공지능(AI)과 관련된 기사를 주로 봤다. <[딸깍, 노동⑤]“AI는 해고 통지서로 오지 않는다”…‘질 낮은 일자리’로 재편될 뿐>(5월6일자)은 AI 시대 노동의 소멸과 재편이라는 질문을 던진 심도 있는 기사였다. 국제기구, 학계, 노동현장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각자 의견을 말해준 점도 좋았다. 후속기사에서는 AI 도입 이후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 신입사원들의 문제, 공론화돼 있는 현장의 문제를 다뤄주기를 기대한다. <국민성장펀드, 국내 AI 기업 ‘업스테이지’에 5600억원 투자>(5월3일자)는 업스테이지 투자 관련 내용인데 IT 쪽 용어가 낯설었다. 신문을 읽을 때 독자들이 바로바로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단어를 클릭했을 때 간단한 해설이 뜨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용 = <해외선 교육·지방재정 ‘한 지붕’…한국은 ‘두 지붕’>(4월28일자)과 사설 <학생 줄어도 늘어나는 교육교부금>(4월23일자)을 봤다. 28일자 교육재정 기사는 재정경제부 산하단체의 연구보고서를 많이 인용한 기사였다. 주요 내용은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육재정은 10년 사이 두 배가 됐고, 그래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곳의 주장은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과거에 통합했던 역사가 있다. 그때 여러 문제가 있었고, 다시 분리된 체제로 온 것이다. 그런 역사적 과거에 대한 설명도 있었으면 좋겠다. 또 예전에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장이 학교, 가정, 마을이라는 세 공간이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마을이 해체됐고, 가정의 보육·교육 기능도 약화됐다. 그 부담이 학교로 많이 몰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학생 수만 가지고 교육재정을 따지는 논리는 생각해볼 지점이 많다. 28일 기사나 23일 사설은 사안을 너무 단순하게 접근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통합이라는 것이 어떤 모양으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같은 경우를 보면 지역 간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다. 이런 기사에서는 조금 더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검토했으면 좋겠다. <“영유 3시간씩 쪼개 보내면 돼”…사교육 대책 ‘꼼수’>(4월2일자)는 어린아이들 사교육 문제가 심각해지자 교육부가 대책을 세웠고, 그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다. 실제로 허점이 많다. 그런데 기사를 읽고 나면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 지금처럼 그대로 하자는 것인가. 뒤끝이 모호하게 남은 기사였다. 추가로 취재를 부탁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다. 지난해 의대생 파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는데, 연말에 어찌어찌 수업이 재개됐다. 지금은 늘어났던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 수업하고 있을 텐데, 수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겠다. 또 하나는 고교학점제다. 연말부터 이슈였고 지금 어찌어찌 진행되고 있는데,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해봤으면 한다.
김희진 = 황교익씨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신임 원장과 관련해 여러 건의 기사와 칼럼이 게재됐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임명>(4월17일자), <‘코드 인사’ 악습>(4월20일자) 등은 언뜻언뜻 짚어준 쟁점들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않은 듯했다. 실제로 어떤 심사 과정을 거쳤고, 어떤 전문성과 적합성을 인정받아 선임됐는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충분히 알기 어려웠다. <2025년 공공도서관 방문자 2억3000만명…매년 증가세>(4월24일자) 같은 단순 통계기사는 글로 풀기보다 인포그래픽으로 만들면 훨씬 직관적으로 입력될 수 있는 정보다.
강형철 = 경향신문 4월의 1면 기사들을 샘플링해서 봤다. 핵심적으로 본 것은 이 기사가 발생한 사건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후속·발굴·기획 기사인지였다. 발생은 전날이나 당일 발생한 사안을 반영한 기사로 봤다. 후속은 이미 사안이 발생한 뒤의 변화나 진행 상황을 다룬 기사다. 발굴은 아직 보도되지 않은 것을 단독으로 잡아낸 것이고, 기획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이슈를 재구성한 것으로 봤다. 기사 유형도 나눠봤다. 스트레이트는 사실 중심 기사, 분석은 사건의 원인이나 전망을 설명하는 기사, 영향은 어떤 사안이 사회나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하는 기사, 추적은 특정 이슈를 구체적으로 계속 확인하는 기사로 봤다. 분석해보니 전반적으로는 발생기사가 많았다. 발생기사 대부분이 분석기사였다. <광역단체장 4곳 ‘여야 대진표’ 확정>(4월5일자)은 대진표가 확정됐다는 사실 전달에서 끝나지 않고, 선거 구도와 의미, 판세를 입체적으로 제시했다. 보통 이런 기사는 자극적으로 가거나 따옴표를 활용할 수도 있는데, 이 기사는 드라이하게 제목을 달면서도 내용도 좋았다. <분기 영업익 ‘50조 시대’ 연 삼성전자>(4월7일자)도 마찬가지다. 과장하거나 방향을 유도하지 않고, 실적 발표뿐 아니라 시장 상황 등을 함께 설명했다. 자칫하면 기업 홍보성 기사처럼 보일 수 있는데, 기업·산업·시장이라는 기본 맥락을 갖추면서 나름 깊이 있게 분석한 기사라고 봤다. 발생기사를 스트레이트로 처리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이미 나온 이야기를 뒤늦게 다시 하는 셈이 될 수 있으니 지양했으면 좋겠다. 다만 지면이 주간지처럼 되어버리면 안 된다. 뜨거운 이슈들을 빨리 잡아서 분석기사로 만들어야 한다. 당장 안 되면 다음날, 이른바 세컨드데이 스토리로라도 다뤄야 한다. 후속기사 대부분은 분석, 영향, 추적 유형으로 분류됐다. 하루 이상의 시간을 두고 사건의 의미를 더 깊이 다루거나, 시간이 지난 뒤의 변화를 추적하거나, 사회적 파장을 다루는 기사들이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단발성 보도가 아니라 연속적인 서사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은 기획기사나 후속기사, 해설기사를 꽤 많이 생산하고 있다. 그런 기사는 주로 사회 영역 기사로 속지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보다 과감히 앞으로, 1면으로 이동해 기사의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1면에 정치·경제·사회·국제 이외의 영역이 없었다는 점이다. 문화나 라이프 영역 기사는 한 건도 없었다. 지면의 의미 생산 기능을 생각하면 정치·경제·사회·국제 외의 영역이 1면에 전혀 없다는 것이 반드시 그래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최정묵 = <“보수 결집 온다, 여당 우세 9~13곳”…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본 6·3 지방선거 판세>(4월28일자)는 “누가 이긴다”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점이 좋았다. 선거 예측 보도에서 불확실성을 드러낸 점이 강점이다. <“버스가 없는데 요금 무료가 무슨 소용”…접근성 빠진 교통 공약>(4월25일자)은 공약 보도의 모범 사례다. “돈을 깎아주는 공약”보다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는가”를 물었다는 점에서 독자의 생활 감각에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