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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이번엔 중국 밀크티에 꽂혔다…“4시간 기다려 받았다” 대기 한때 1000명

입력 2026.05.16 12:00

MZ, 이번엔 중국 밀크티에 꽂혔다…“4시간 기다려 받았다” 대기 한때 1000명

“4시간 기다려서 받았다.” 백화점 명품관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서울에 매장을 연 중국 티 브랜드 ‘차지(Chagee)’ 음료를 마신 Z세대 소비자의 후기다. 현장 대기 인원은 한때 1000명을 넘겼고, 주문이 폭주하면서 앱 접수와 현장 판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강남, 성수, 홍대, 용산 등 서울 주요 상권에서 중국계 음료·외식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간판을 늘리고 있다. 과거 “싸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 브랜드를 향한 시선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에게 중국 브랜드는 줄을 서서 경험하고, 사진을 찍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힙한 소비’로 떠올랐다.

서울 덮친 중국 F&B

최근 중국 브랜드들이 가장 빠르게 침투하는 분야는 음료 시장이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커피 시장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맛과 경험’을 찾는 수요가 커지자 중국식 티 음료 브랜드들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국내에 진출했거나 사업 확대에 나선 중국계 음료 브랜드만 해도 차지, 차백도(ChaPanda), 헤이티(HEYTEA), 미쉐(Mixue) 등이 있다. 이들은 단순 밀크티가 아니라 ‘티 경험’ 자체를 앞세운다. 원차 추출 방식, 저당 옵션, 화려한 비주얼, 대형 플래그십 매장 등을 통해 기존 버블티 브랜드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MZ, 이번엔 중국 밀크티에 꽂혔다…“4시간 기다려 받았다” 대기 한때 1000명

싼맛은 옛말…웰니스에 시각적 화려함
줄 서고, 찍고, SNS…‘힙한 소비’ 딱!
현지 업체, 자본력 앞세워 핫플 상륙
국내 자영업자들 입지 위축 우려도

차지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떠올리는 기존 버블티와는 결이 다르다”며 “가루 베이스 대신 원차 추출 방식을 강조하고 있고, 건강한 저당 음료를 선호하는 젊은 층 반응이 특히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층도 10~20대가 중심이다. 최근 개점 초기 매장에서 4시간 넘게 대기했다는 이주연씨(24)는 “장원영이 SNS에서 차지 밀크티를 언급한 걸 보고 궁금했다”며 “오픈 기간 한정 굿즈와 경품 이벤트도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오픈런을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커피 중심 소비가 포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차 음료’가 새로운 대안 카테고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원래 차 문화 기반이 강한 나라”라며 “틱톡·SNS 시대에 맞춰 시각적으로 화려한 요소를 강화했고, 저당·웰니스 트렌드까지 결합되면서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식 브랜드 열풍은 사실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탕후루가 짧은 유행으로 지나간 뒤에도 마라탕과 훠궈는 한국 외식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중국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의 한국 법인은 지난해 매출 11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0.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202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마라탕 브랜드 탕화쿵푸 역시 지난해 매출 254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중 무비자 정책 확대 이후 중국 자유여행이 많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중국 방문 한국인은 315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36.9% 증가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상하이 카페 투어와 디저트 투어가 하나의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았다. 전다현 서울대 소비자학과 박사는 “중국 여행 경험, SNS 콘텐츠 등 젊은 세대 사이에서 중국 문화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다”며 “중국산이라서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재미있고 예쁘고 경험할 가치가 있으면 소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자본력, 골목 상권 위협 우려도

흥미로운 건 이런 흐름이 반중 정서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대중국 인식은 여전히 차갑다. 아산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5 한중관계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5.8%는 미국을 미래 협력 파트너로 선택한 반면, 중국을 선택한 비율은 14.2%에 그쳤다. 정치·외교 영역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지만, 소비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단순 유행을 넘어 국내 시장 구조 자체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 중국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을 단순 테스트베드가 아니라 동아시아 소비 트렌드 확산 거점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힙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면 일본과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중국 브랜드들의 압도적인 자본력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상태에서 한국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식자재 조달, 물류, 인테리어, 마케팅, 앱 운영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국내 중소 외식업체와 체급 차이가 난다. 특히 서울 핵심 상권 임대료가 치솟는 상황에서 자본력이 강한 해외 브랜드들이 빠르게 핵심 자리를 차지하면 국내 자영업자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 열풍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결국 상품성과 반복 소비 구조가 핵심이라고 본다. 탕후루처럼 화제성만으로 뜬 브랜드는 빠르게 사라질 수 있지만, 마라탕처럼 일상 소비로 안착하면 시장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브랜드 특유의 위생 논란이나 품질 이슈 역시 장기 성장의 변수로 꼽힌다. 이 소장은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는 각종 규제와 높은 고정비 부담으로 공격적인 확장이 쉽지 않은 반면,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면서도 “한국 외식 시장은 유행 주기가 짧고 소비자 입맛 변화도 빠른 만큼, 단순 화제성을 넘어 반복 소비를 끌어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장기 생존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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