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 한일 미술 80년의 여정 ‘로드 무비’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전시는 광복 이후 일본에 남아 활동한 조양규, 곽인식 등 재일조선인 미술가들에서 출발해, 한일 예술 교류를 상징하는 백남준으로 이어진다.

백남준의 동반자였던 구보타 시게코가 그의 1984년 귀국 여정을 기록한 '브로큰 다이어리: 한국 여행', 사카모토 류이치·이세이 미야케 등이 참여한 '바이 바이 키플링'이 눈길을 끈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현대미술은 일본 미술관과 화랑을 통해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 한일 미술 80년의 여정 ‘로드 무비’

입력 2026.05.17 13:17

수정 2026.05.18 15:34

펼치기/접기
  • 배문규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한국과 일본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보여주는 나카무라 마사토의 ‘한국과 일본’(1993).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일본 요코하마미술관에서 개최된 ‘항상 옆에 있으니까’ 전시는 당초 예상보다 1만명 많은 3만7000여명이 다녀갔으며, 특히 젊은 관객이 많았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한국과 일본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보여주는 나카무라 마사토의 ‘한국과 일본’(1993).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일본 요코하마미술관에서 개최된 ‘항상 옆에 있으니까’ 전시는 당초 예상보다 1만명 많은 3만7000여명이 다녀갔으며, 특히 젊은 관객이 많았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87년 일본 도쿄예대 대학원생 나카무라 마사토는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다. 당시 고낙범, 이불, 최정화 등이 참여한 ‘뮤지엄(MUSEUM)’ 그룹전을 보게 된 그는 한국 작가들과 교류를 시작한다. 홍익대 대학원으로 온 그는 1992년 도쿄예대 동창이던 무라카미 다카시를 한국으로 초대해 서울의 클럽 오존에서 ‘나까무라와 무라까미전’을 개최했다. 당시 이들은 서울의 20~30대를 대상으로 일본 이름을 보기로 제시하고 불쾌한 느낌이 드는 이름에 동그라미를 쳐달라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1위 나카무라, 2위 무라카미. 일제강점기 순사를 연상시켰기 때문일까, 이들은 일본인의 이름을 불쾌해하는 이유를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처음으로 인지했다고 한다. 이 전시는 도쿄, 오사카로 이어지며 동시대 한일 청년 작가들의 만남과 협업을 촉발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일 예술가들의 다층적인 만남과 교류를 조망하는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이 9월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다. 요코하마미술관과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1945년부터 현재까지 80년간 이어온 양국 미술 교류의 여정을 되짚어본다. ‘로드 무비’는 길 위의 이동을 통해 주인공이 예상치 못한 인물과 사건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변화에 이르는 장르다. 서로 다른 사회적·역사적 상황 속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다층적 교류를 이어온 양국 미술가 43명(팀)의 작품 200여점을 5개 섹션으로 나눠 소개한다.

‘로드 무비’라는 제목대로 작가들의 만남을 흥미롭게 포착하는 것은 한일 교류가 일상 차원으로 확장되던 1990년대다. 나카무라 마사토가 일기예보 지도를 포착한 ‘한국과 일본’은 양국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불편해도 같은 기후권, 동일한 일기도의 틀 안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계를 작가는 ‘밝은 절망’이라 부른다. 지난 3월까지 전시를 진행한 요코하마미술관의 구라야 미카 관장은 “일본 전시 제목은 ‘항상 옆에 있으니까’였는데, 서로 잘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고 오히려 싸우기도 하는 양국 관계를 떠올렸다”며 “두 나라는 이사도 못 가고 계속 이웃으로 있을 텐데, 예술가들이 주고받은 우정과 영향의 여정을 봐 달라”고 말했다.

이불의 작업 확장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과 1990년대 후반부터 선보인 사이보그 연작 ‘사이보그 W5’(1999)의 전시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불의 작업 확장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과 1990년대 후반부터 선보인 사이보그 연작 ‘사이보그 W5’(1999)의 전시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역시 나카무라가 찍은 이불의 스튜디오 사진에는 초기 소프트 조각이 담겼다. 이불은 1990년 일본에서 행위예술 ‘수난유감’을 선보이는 등 활동 무대를 넓혔고, ‘사이보그’ 연작 등을 통해 국제적 작가로 발돋움했다. 무라카미 다카시가 ‘수퍼플랫’ 개념을 선보이기 이전의 사회비판적 초기작도 여럿 만날 수 있다. 초등학생의 상징인 란도셀 가방을 사치재인 희귀 동물 가죽으로 제작해 자본주의와 교육 시스템의 권력구조를 비판한 ‘R.P.(란도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자유로운 교류가 가능해지기까지, 한일 미술은 식민과 분단의 굴곡을 지나며 길을 넓혀왔다. 전시는 광복 이후 일본에 남아 활동한 조양규, 곽인식 등 재일조선인 미술가들에서 출발해, 한일 예술 교류를 상징하는 백남준으로 이어진다. 백남준의 동반자였던 구보타 시게코가 그의 1984년 귀국 여정을 기록한 ‘브로큰 다이어리: 한국 여행’, 사카모토 류이치·이세이 미야케 등이 참여한 ‘바이 바이 키플링’이 눈길을 끈다.

구보타 시게코, ‘브로큰 다이어리: 한국 여행’(1984).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구보타 시게코, ‘브로큰 다이어리: 한국 여행’(1984).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 전시 설치 전경.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교류가 확대되면서 이우환과 박서보를 비롯한 한일 양국 미술가들의 교류가 넓어진다.  이 시기 전시는 ‘한국현대회화전’(1968),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1975), ‘한국현대미술의 단면’(1977)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 전시 설치 전경.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교류가 확대되면서 이우환과 박서보를 비롯한 한일 양국 미술가들의 교류가 넓어진다. 이 시기 전시는 ‘한국현대회화전’(1968),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1975), ‘한국현대미술의 단면’(1977)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현대미술은 일본 미술관과 화랑을 통해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전시는 ‘한국현대회화전’(1968),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1975), ‘한국현대미술의 단면’(1977)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우환과 박서보 등 훗날 단색화로 불린 작가들이 서로 접속해 간 시대의 풍경이 작품과 자료로 제시된다.

양국 전시 제목의 차이에서 보듯, 한국에 일본은 마냥 편한 친구는 아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서로의 역사적 문제와 고통을 마주하고 연대하는 작품들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를 전시의 끝에서 붙드는 작품이 다나카 고키의 영상 ‘다치기 쉬운 역사들(로드 무비)’(2018)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공동체와 타자의 문제에 주목한 그는, 재일코리안 3세 우희와 일본계 스위스인 크리스티앙이 함께 이동하며 나누는 대화를 따라간다. 과거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오늘의 혐오를 교차시키며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이들이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묻는다. ‘로드 무비’는 그 물음에서 다시 현재로 이어진다.

다나카 고키, ‘다치기 쉬운 역사들(로드 무비)’(2018). 재일코리안 3세 우희와 일본계 스위스인 크리스티앙이 함께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통해,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이들이 재난과 차별의 역사 앞에서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묻는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다나카 고키, ‘다치기 쉬운 역사들(로드 무비)’(2018). 재일코리안 3세 우희와 일본계 스위스인 크리스티앙이 함께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통해,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이들이 재난과 차별의 역사 앞에서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묻는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AD
  • AD
  • AD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