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급거 귀국 후 대국민 사과에
노동장관·국무총리 등 정부 전방위 움직임
‘파국 막자’ 공감대, ‘성과급’ 이견은 여전
파업 시한 21일 직전까지 치열한 싸움 예상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오는 18일 성과급 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을 재개한다. 주말 사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협상 분위기가 다시 만들어졌다. 다만 노사는 17일 비공개 회의를 했지만 이견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오는 21일로 예고한 파업 시한까지 성과급 제도화 여부 등을 놓고 노사 간 수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오는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재개되는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노동조합이 21일로 예고한 총파업을 앞두고 양측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에 돌입하는 것이다.
지난 13일 사후조정이 결렬되자 노조는 총파업 수순을 밟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와 사측이 대화 재개를 위해 전방위로 움직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5·16일 노사 양측을 연달아 면담하며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6일 급거 귀국해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말했다. 국민과 고객사 등을 향해선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부회장 시절인 2020년 5월 이후 6년 만이자, 2022년 회장 취임 후 처음이다.
이후 사측이 대표교섭위원을 여명구 DS피플팀장으로 교체하면서 대화 여건이 조성됐다. 노사는 전날 사전미팅을 하면서 ‘최선을 다하자’며 대화 재개 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날 사측과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회의에는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여 팀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사측은) 기존 사후조정안보다 후퇴한 안을 제시하고 ‘납득할 수 있느냐, 위원장의 리더십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물었다”며 “납득할 수 없다고 했고, 내일 사후조정에서도 동일한 자세라면 합의하지 않겠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사측은 향후 3년간 DS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이상 달성시 기존 성과급 제도와 별도로 영업이익의 9~10%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되, 3년 이후에는 재논의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의 긴급조정 언급에 따라 회사의 태도도 변화한 것 같다”며 “(정부 등이) 긴급조정권을 시사하며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피해가 클 것이라고 압박하지만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급 제도화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차는 상당하다. 성과급 재원과 상한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양측 간 절충 여지가 언급되고 있지만, 성과급 기준을 단체협약 등에 명시하는 ‘제도화’ 문제를 두고선 사측이 난색을 보이면서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여론조사상 국민의 파업 반대 비율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노사 양측이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면 극적으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사후조정은 시한이 없어 총파업 직전인 20일까지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전자에서 이재용 회장이 등판하고, 노조도 본격적으로 임하면서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파업 시한까지 치열한 수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장단이 지난 15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을 방문해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 노조 지도부와 면담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