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미국과 대만 국기가 함께 걸려 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미국에 ‘경고장’을 날린 가운데 대만이 자국에 관한 미국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술렁이는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모양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국과 협상에서 카드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대만 내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만 외교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입장문을 통해 “미국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대만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런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서도 재확인됐음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은 앞으로도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양안의 현상 유지를 확고히 지킬 것”이라면서 “중화민국이 주권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미국과 협력을 심화해 ‘힘에 의한 평화’를 유지하고 대만해협의 안전과 안정이 위협받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부각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산 무기 판매 등을 통해 대중국 억지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대만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중 마지막 날인 전날에도 “린자룽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대만 정책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해준 데 사의를 표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든든한 지지를 재확인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대만의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판매’를 대중국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며 미국이 44년간 견지해 온 대만 무기 판매 원칙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5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를 두고 “승인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중국에 달려 있다”며 “매우 좋은 협상 카드”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방중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용기에서도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매우 상세히 논의했다”고 답하며 파장은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미사일과 각종 방어 체계 등이 포함된 14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패키지의 최종 승인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중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최대 우방인 미국이 대만의 안위를 ‘거래 대상’으로 삼고 나온 셈이다.
대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 성향 매체 연합보는 17일 사설을 통해 “대만은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는 노선을 멈춰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등 다른 동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윌리엄 양 연구원은 “트럼프가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 협상에 연계함으로써 대만이 가장 우려하는 ‘악몽의 시나리오’ 중 하나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그것은 대만이 협상 테이블에 당사자로 앉는 것이 아닌 ‘협상 메뉴’에 오르는 것”이라고 미 PBS방송에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