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놓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매우 상세히” 논의했다고 밝힌 데 이어 앞으로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향후 미·중 관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 여부에 관한 질문에 “승인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승인을) 일시 보류하고 있는데, 중국에 달려 있다. 그건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 카드”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중국은 매우 강력한 대국이고 대만은 매우 작은 섬”이라며 “(대만이) ‘미국이 밀어주니 독립하자’라고 말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현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의 대만 독립 기조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매우 상세히 논의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이는 무기 판매 시 중국과 사전 협의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대만에 대한 ‘6대 보장’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6대 보장이 제정된) 1980년대는 꽤 먼 과거”라면서 “그래서 어쩌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대만 정책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 14일 발언을 무색게 함과 동시에, “대만 지원을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미 연방 상원 초당파 의원들의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연방 의회는 지난해 말 대만에 110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는 패키지 법안을 승인했으며, 현재 의회에는 14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또 다른 패키지 법안이 계류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 판매 보류를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그간 중국에 항공기·농산물 구매 확대와 호르무즈 개방 중재 역할 등을 압박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만약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면, 시 주석은 중국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한 거부권을 획득하게 된다”며 “이는 이 지역 동맹국들에 미국의 나약함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대만 정부뿐 아니라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까지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미 인터넷 매체인 액시오스는 지적했다.
컨설팅 기업인 유라시아그룹의 중국 담당 이사인 어맨다 샤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대만에 대한 140억달러 규모의 무기 지원 패키지를 무기한 보류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마이클 커닝엄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판매를 승인한다면 대만에 큰 사기 진작이 될 것이지만, 만약 판매가 보류되거나 규모가 축소된다면 이는 미국이 대만 문제를 중국과의 거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무기 판매를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 “다음 정상회담까지 4개월 남짓한 기간이 있으므로 무기를 판매하더라도 외교적 충돌을 수습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