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의 한 인쇄소 직원들이 17일 지방선거 투표용지를 제작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역대 최대 규모인 513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후보 등록만으로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가 50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지방선거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무투표 당선자 중엔 지역 행정을 책임지는 기초단체장도 3명이나 포함됐다. 이번 선거의 평균 경쟁률도 1.81 대 1로 역대 최저치였던 직전 2022년과 동일했다. 선택과 경쟁이 사라진 지방선거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을지 참담할 따름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이번 선거 후보자 등록(14~15일) 결과에 따르면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 후보는 광역의원 108명, 기초의원 305명 등 모두 504명이다. 선거구 기준으로 보면 307곳에서 주민들이 후보의 공약과 자질을 검증할 선택권을 잃게 됐다. 이는 지역주민의 다양한 민의를 반영해야 할 지방선거가 거대 정당의 지역 독점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된 탓이다. 호남에선 더불어민주당, 영남에선 국민의힘의 무투표 당선자가 많은 것은 지역 정치가 특정 정당 중심으로 고착되면서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지역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초단체장도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 서구청장(김이강)과 남구청장(김병내)이 무투표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의 경기 시흥시장 선거에서조차 후보를 못 내 임병택 민주당 후보에게 당선을 헌납했다. 국민의힘이 승산이 없다고 보고 출마를 포기한 건데, 인구 50만명 이상 수도권 도시의 기초단체장 무투표 당선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거대 정당의 지역 독점 탓이라기보다는 내란·탄핵 후에도 혁신하지 않은 국민의힘의 자업자득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견제와 감시가 사라진 지방자치는 낙후와 부패를 낳고,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공천이 곧 당선인 구조에선 지역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고, 조직 관리에만 신경 쓰는 정치가 판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하는 비정상적 선거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될 것이다. 단독 후보라도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공보물 발송과 정보 공개를 의무화해 최소한의 자질 검증 기회를 제공하도록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중대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지역 정당 활성화 등 근본적인 지역 정치 발전 방안도 반영하는 선거법 개정 논의를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시작하기 바란다. 지방자치를 후퇴시켜서는 민주주의와 균형발전을 말할 수 없다는 지적을 거대 양당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