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특히 보수 포퓰리스트들은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의 쪼그라든 경제적 현실이 이민자와 자유무역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에 올라탄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걸고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반이민, 제조업 부흥, 고립주의를 통해 미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 국가주석에 처음 선출되자마자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웠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림) 노선에서 벗어나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수립 100년인 2049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몽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고 했다. 마가와 중국몽은 서로가 세계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점에서 닮았다. 마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팍스 아메리카나’를 공고히 하고, 중국몽은 과거 통일왕조 시절의 ‘팍스 시니카’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마가와 중국몽은 공존할 수 있는가. 시진핑은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트럼프를 만나 “중화민족의 부흥과 마가는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려면 미·중이 서로 대립을 피하고 핵심 이익을 상호존중하며 협력하는 새로운 강대국 간 관계, 즉 신형대국관계가 돼야 한다고 했다. 미·중 양강 체제를 인정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은 “중·미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그레이엄 앨리슨이 제시한 국제정치 개념으로,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와 아테네처럼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시진핑의 말에는 중국은 전쟁을 피하려고 하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시진핑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 위상을 부각시키려 했다.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에는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명시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담을 “경의를 표하는 미국 대통령과 자신감에 찬 중국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총평했다. 경제·안보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과 갈등은 앞으로도 긴 시간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