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감정 중 하나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는 무엇인가를 놓쳐버렸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뜻한다. 많은 이들이 “그때 집을 샀더라면” “그 주식 종목에 들어갔더라면” 하고 되뇌며 자신이 잃어버린 평행세계를 그리곤 한다.
물론 많은 사람에게 투자와 자산관리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다. 월급만으로는 삶을 지탱하기 어렵고 노후와 주거, 돌봄의 책임이 온전히 개인에게 전가되는 사회에서 이는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무수한 평행우주 속 작은 귀퉁이만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 샀더라면 가능했을 풍요로운 삶’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덜 불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역시 아직 도달하지 못한 또 다른 세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의 상상은 다른 곳을 향할 수도 있다. 충분한 공공임대주택이 있어 쫓겨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 아프면 병원비 걱정보다 회복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 이동 때문에 하루를 소진하지 않아도 되는 장애인의 삶, 돌봄이 가족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 되는 세계 말이다. 우리는 그런 세계를 잃어가는 데 너무 오랫동안 둔감했다.
이런 상상력의 협소함은 정치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반복된다.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함께 살아갈 사회를 이야기하기보다 어떻게 더 뒤처지지 않을 것인가를 앞다투어 말한다.
선거의 화려한 개발 공약 뒤편에서 생존을 요구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빈곤사회연대의 장애인·홈리스·철거민 단체들은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정책 요구안을 제출했다. 세입자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권리, 장애인이 이동하고 노동하며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 홈리스가 공공장소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 공공임대주택과 돌봄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거창하거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다.
늘 더 빠른 개발을 이야기해온 서울은 정작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 앞에서는 너무나 느리고 무감각했다.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세입자와 주거 빈곤층이 살아가는 도시지만, 세입자를 비롯한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중심이 되지 못한다. 저렴한 주택은 점점 사라지고 도시의 가장자리로 세입자와 철거민이 밀려났다. 홈리스는 권리의 주체보다 관리와 단속의 대상이 되었고, 장애인 권리는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후퇴했다. 공공성이 사그라든 자리에는 각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불안만 남았다.
이런 무감각의 결과는 이미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2021년 ‘선이주·선순환’ 방식의 공공개발을 약속했다. 쪽방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은 채 인근으로 임시 이주를 거쳐 공공임대주택에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업은 공공성과 개발이익의 갈등 속에 표류해왔다. 그사이 수많은 주민이 열악한 쪽방에서 세상을 떠났다.
코스피가 상승하고 도시의 가격이 치솟는다고 해서 세입자와 장애인, 홈리스와 노점상의 삶이 함께 나아질까. 우리가 정말 잃어버린 것은 상승장에 올라탈 기회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를 다시 상상하고,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이제 상상의 자리를 옮길 시간이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