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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성소수자평등의날

입력 2026.05.17 19:56

수정 2026.05.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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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7일은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한 것을 기념하는 ‘성소수자평등의날’이다. 이전까지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로 불렸으나 올해부터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에서는 이날을 새롭게 명명했다. 혐오를 넘어서 실질적인 평등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다.

동성애를 질병에서 제외한 것을 왜 국제적으로 기념하고 있는가. 동성애, 성소수자 정체성이 질병으로 분류된 것 자체가 기나긴 차별과 혐오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중근세까지만 해도 동성애는 주로 종교적이거나 도덕적인 문제로 여겨져왔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말 성과학이 발전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과학적, 의학적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한 논의 중에는 동성애자는 왼손잡이와 같이 선천적으로 다르게 태어난 것일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러나 다수가 지지한 주장은 동성애가 정상적인 이성애에서 일탈한 병리적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 1953년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통계 및 분류편람, 1977년 WHO의 국제질병분류에 동성애가 공식적인 진단명으로 등재됐다.

이러한 질병 분류의 문제점은 다음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851년 미국의 의사 새뮤얼 카트라이트는 흑인 노예가 자꾸만 주인에게서 계속 탈출하려는 경향을 정신질환으로 간주하고 드라페토매니아라는 진단명을 붙였다. 노예제도가 차별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문제의 원인을 노예에게 돌렸던 것이다.

이 같은 사례가 보여주는 문제점은 동성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조사에서 동성애자, 성소수자는 일반 인구에 비해 우울, 불안 등 정신적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원인은 성정체성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성애, 성별이분법을 정상이라고 여기고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차별 때문이다.

그러한 차별이 없어질 때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은 확연하게 좋아진다. 4월28일 청년 성소수자 인권단체 다움이 발표한 ‘2025 성소수자 노동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터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성소수자는 그러지 않은 성소수자는 물론 전체 한국인 평균보다 주관적 행복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같은 조사에서 성소수자 임금노동자 2639명 중 85%가 일상적으로 무시나 모욕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69%가 구직 과정에서 성소수자란 이유로 위축되거나 불이익을 경험했고, 19%가 직장 내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많은 성인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성소수자는 끊임없이 차별과 혐오, 배제를 마주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실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문제는 차별이지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진 날이 1990년 5월17일이다. 그렇기에 이날은 오늘날 ‘성소수자평등의날’로 기념되고 있다.

그렇게 이미 수십년 전에 성소수자가 아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문제임이 확인됐음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과 관련한 법제도는 전무하다. 이를 바꾸기 위해 지난 16일 128개 시민단체와 108명의 평등위원으로 구성된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공동행동은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혼인 평등 실현, 성별인정법 제정,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고, 다양한 트랜스젠더가 법 앞에서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며, 직장과 학교에서의 차별을 없애는 기본적인 법 제정을 요구하며 1000여명이 행진을 했다. 이들의 절실한 외침에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5·17 성소수자평등의날을 맞아 정부와 국회에 묻는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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