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책갈피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빛 형상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중략)
되찾은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추억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삶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자유여.
- 폴 엘뤼아르(1895~1952)
5월18일에 어떤 시를 전할까 고민하다가 폴 엘뤼아르의 ‘자유’를 일부나마 소개한다.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했던 1942년, 영국군 비행기가 이 시를 인쇄해 하늘에서 뿌렸다고 한다. 전체 85행, 22연으로 이루어진 이 장시는 마지막 두 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의 같은 시행을 반복 변주한다. “초등학생 때 나의 노트”에서 시작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유’에 대해 배우고 그 이름을 써왔지만, “황금빛 형상” “병사들의 총칼” “제왕들의 왕관”은 자유를 자주 억압해왔다. 그에 맞서 싸운 민중의 역사를 상징하는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폭압적인 권력을 향해 돌을 던지고 피를 흘리고 전단을 만들고 불을 지르며 저항했던 사람들. 오늘의 자유는 그분들에 의해 주어진 것임을 기억하는 날. “권태의 벽”과 “죽음의 계단”을 지나, “되찾은 건강”과 “사라진 위험”과 “추억 없는 희망” 위에 다시 꾹꾹 눌러 쓴다. ‘자유’라는 두 글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