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둔 전북 지역 선거판은 개장 전부터 사실상 ‘폐업’ 상태다. 선거철이지만 현수막 하나 걸리지 않은 적막한 지역구가 수두룩하다. 도내 평균 경쟁률은 1.74 대 1에 그쳤고,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한 무투표 선거구만 37곳에 달한다. 민주주의의 본질인 경쟁과 선택이 통째로 증발한 참담한 현장이다.
전북도의원 지역구 38곳 가운데 25곳(65.8%)은 이미 당선자를 정했다. 무투표 당선이다. 기초의원 지역구 17명과 비례대표 4명을 더해 모두 46명이 유권자의 심판 없이 의회 입성을 예약했다. 전주에서는 11개 선거구의 투표가 무산됐고 익산과 군산에서도 본선은 자취를 감췄다.
무투표를 면한 지역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이곳에 258명의 후보를 냈지만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단 13명만 출마했다. 진보 정당 역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역 정치의 기본이어야 할 견제와 균형은 무너졌다.
빈자리를 채운 건 공천 파동 끝에 탈당한 무소속(94명)과 조국혁신당(64명)이다. 선거판의 정점인 전북지사 선거조차 이원택 민주당 후보와 김관영 무소속 후보 간 범민주 진영 ‘내전’으로 치러진다. 완주·임실 등 상당수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민주당 대 탈당파 무소속 구도로 압축됐다. 결국 간판만 바꾼 ‘민주당 파생상품’들의 각축전일 뿐이다. 정책과 노선을 둘러싼 여야 경쟁은 사라지고 민주당 내부 분화가 본선까지 이어지는 왜곡된 구조가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독점에 안주한 민주당의 행태와 험지를 핑계로 백기를 든 국민의힘의 패배주의가 합작한 결과다. 야당의 무기력한 ‘링 이탈’로 초래된 대가는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이다. 현행법상 무투표 선거구는 선거운동이 금지되며, 투표용지조차 교부되지 않는다. 대리인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할 최소한의 거름망이 ‘합법적 무경쟁’의 외피를 쓰고 원천 차단된 셈이다.
37곳의 무투표 선거구와 ‘민주당 대 무소속’ 구도는 단순한 지역 정치 현상이 아니다. 선거라는 민주적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경고로 봐야 한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지방의원이 바라보는 대상은 시민보다 공천권자가 되기 쉽다. 지방자치가 주민 대표 체제가 아니라 정당 내부 질서에 종속되는 이유다.
참정권이 사실상 박탈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정치권은 기득권 구조 뒤에 숨지 말고 중대선거구제 확대 등 다당제 안착을 위한 실질적 선거제 개편 논의에 나서야 한다. 유권자의 선택권이 사라진 선거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전국사회부 | 김창효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