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경협 등서 결과 못 내고 ‘자기 말’만…성과보다 ‘안정’ 추구
미 ‘중국 바꿀 수 없다’ 인정 …양국, 관계 악화 방지로 공존 모색
중 권력 심장부 ‘중난하이’서 작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시 주석 집무실이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이틀째 회담을 연 뒤 함께 산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일정을 끝으로 2박3일 중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UPI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은 말뿐인 잔치로 끝났다. 두 초강대국은 이란·대만 등 산적한 지정학적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인공지능(AI) 규범 마련의 토대도 만들지 못했다. 대신 가장 많이 강조된 것은 ‘안정’이다. 이번 회담은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두 나라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관계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냉랭한 평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은 지난 14~15일 정상회담에서 이렇다 할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공동선언문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고, 첨예한 쟁점인 이란 문제 등에서 양측이 각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큰 온도차를 보였다. 중국 측 자료는 대만 문제에 치중한 대신 이란에 대해선 원론적 언급에 그쳤고, 미국 측 자료는 이란 문제에 관해 공감대가 있었던 것처럼 기술됐다. 각자 자신의 주장만 늘어놓았을 뿐, 합의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동의했다고 했지만, 푸충 주유엔 중국대사는 정상회담 직후 미국이 유엔에서 주도하는 이란 규탄 결의안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젠슨 황(엔비디아)·일론 머스크(테슬라) 등 기업인들을 데려갈 정도로 공을 들인 경제 분야에서도 큰 성과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고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발표에는 수치가 담기지 않았다. 200대는 애초 기대했던 500대에 크게 못 미친다. 무역 휴전 연장도 명시되지 않았다.
대신 이번 회담은 양측이 ‘안정’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 선 중국 담당 국장은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과는 ‘건설적 전략 안정’ 선언”이라며 “양측 모두 상대의 주요 이익에 심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단순히 누가 이기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냉랭한 평화’의 공존을 모색하려 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지난 수십년간 추구해온 대중국 관여 정책을 포기하고, 중국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강력한 보복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중 간 힘의 균형을 어느 정도 증명해낸 것과 관계가 있다.
스콧 케네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담당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방중 이후 시작된 대중국 관여 정책의 끝을 알리는 장면”이라고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중국을 자본주의에 편입시키면 공산주의를 포기할 것이란 믿음하에 중국의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했고, 이는 미국의 대중국 접근 방식에 전환점으로 기록됐다.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 수석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 등 구조적 불균형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미국 기업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이는 중국이 변화하지 않을 것이란 새로운 ‘현실주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담은 올해 최대 4차례 회담이 예정된 두 정상의 첫 만남이다. 시 주석은 오는 9월 미국을 답방할 예정이다. 이어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양 정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정상이 자주 만나면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양측이 대만, 이란, 관세 등 민감한 사안 논의를 미룬 만큼 작은 변수와 갈등에도 양국 관계가 언제든 경색될 가능성은 상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