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로 다시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달라진 위상
영화 <군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인근 해변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군체>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됐다. 쇼박스 제공
10년 전 ‘부산행’ 좀비와 달리
‘군체’ 속에선 집단지성 공유
개별성 없는 ‘AI’에서 착안
“소수에 존중 없는 문제 녹여”
칸서 최초 상영 후 기립박수
“집착 안 되는데 또 오고 싶어”
<부산행>(2016)으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던 연상호 감독이 신작 <군체>와 함께 칸에 귀환했다. 자정 즈음 상영되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도, 좀비물로 찾아온 것도 10년 전과 같다. 달라진 것은 위상이다.
“<부산행> 때는 대부분 저를 모르셨지만, 이제는 ‘10년 전에 그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는 걸 많이 아시잖아요. 더 부담 됐습니다.”
1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테라스에서 만난 연 감독이 말했다. 이날 오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군체>는 세계 최초 상영됐다. 전 세계에서 모인 관객 2300여명은 상영이 끝나고 <군체> 팀에 5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연 감독은 “감회가 새롭더라”며 “칸에 집착하면 안 되는데, 집착하는 마음이 든다. 또 오고 싶다”고 했다.
<군체>는 앞선 연 감독의 좀비물 <부산행> <반도>(2020)와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지만, 그 자장 안에 있다. 관객들은 이제 연상호표 좀비가 친숙하다. 메커니즘을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 영화는 좀비화된 인간들이 공격을 개시하는 순간으로 빠르게 진입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생물학자 ‘영철’(구교환)이 원흉이다. 복합 고층 건물인 ‘둥우리 빌딩’에 바이러스를 퍼뜨린 영철은 112에 전화를 건다. 그는 테러 사실을 알리며 “내 몸은 항체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이 사태를 막을 유일한 백신”이라고 주장한다.
영화 <군체> 속 좀비들은 집단지성을 공유하며 진화한다. 연상호 감독은 인공지능(AI)에서 착안해 새로운 좀비 콘셉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쇼박스 제공
배우 구교환 특유의 미묘한 웃음기를 섞은 연기는 그가 맡은 캐릭터 영철의 다음 행보를 짐작하기 어렵게 한다. 구교환은 같은 날 인터뷰에서 “잡혀 있어도 붙잡혀 있지 않은 듯한, 경계에 있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며 “쉽게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부산행>이 기차 안에서 수평 이동하며 전개됐다면, <군체>는 폐쇄된 고층 건물의 층층을 수직으로 오간다. 연 감독은 “좁은 공간이 만드는 박진감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가 (격리를) 실제 경험해본 게 (<부산행> 때와) 달라졌다”면서 “나가려는 자와 막는 자의 구도가 관객들에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군체> 속 좀비는 집단지성을 공유하며 진화한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듯하던 좀비들은 한순간 동시에 고개를 치켜든다. 공통된 정보를 공유받는 일종의 ‘업데이트’다. 기다가 두 발로 서고, 공격해야 할 대상에 대한 정보를 구체화한다. 전영 안무감독의 지휘 아래 전문 무용수 20명이 낯설고 기괴한 느낌의 몸동작을 만들고 구현했다.
새로운 좀비 콘셉트는 인공지능(AI)에서 착안했다. “AI에게는 개별성이 없잖아요. 소수의견을 내지 못하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이죠. SNS상에서 정보가 빨리 교류되면서 인간 사회에서도 소수의견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약해진다는 문제의식을 좀비로 풀어봤습니다.”
집단으로 한 몸처럼 움직이는 좀비 세상에서 개인성을 잃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남으려 고투하는 얘기다. 생명공학과 교수 ‘세정’(전지현)과 전남편 ‘규성’(고수), 빌딩의 보안팀 직원 ‘현석’(지창욱)과 휠체어를 타는 그의 누나 ‘현희’(김신록) 등이 협력하며 나아간다. 다만 평면적인 캐릭터 짜임으로 다양한 인물 군상을 보는 재미는 덜하다. 연 감독은 “직관적이며 압축적인 경험”을 바라는 요즘 극장 관객에 맞춰 서사를 단순화했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은 IP(지식재산권)의 확장도 꿈꾸고 있다. <군체> 그 이후를 다룬 그래픽노블을 써둔 지 오래다. 그는 속편을 영화로 만들기보다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 <군체>는 한국에서 2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