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의 <연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유해한 남성성’이 전쟁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AFP·dpa통신에 따르면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바르뎀은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신작 속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유해한 남성성’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남성이 자신을 지배적이고 통제적인 존재, 즉 세상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다. 바르뎀은 로드리고 소로고옌 감독의 영화 <연인(The Beloved)>에서 딸과 갈등을 겪는 독선적인 영화감독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전날 칸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는 “저는 57세이고, 남성우월주의적 문화가 강한 스페인 출신”이라며 “스페인에서는 매달 평균 두 명의 여성이 전 남편이나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다.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남성들이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살해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르뎀은 이 ‘유해한 남성성’이 “트럼프, 푸틴, 네타냐후에게도 해당한다”며 “그들은 ‘내가 더 강하니 너를 박살 내버리겠다’는 식의 태도다. 이런 남성성이 수천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르뎀은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 높여온 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해 9월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며, 이에 연루된 이스라엘 영화 기관과 일하지 않겠다는 선언에도 동참했다. 바르뎀은 이날도 집단학살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면서 “침묵이나 지지로 이를 정당화한다면 당신은 집단학살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 AFP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어떤 사람들은 출연 제의가 줄어들까 봐 걱정하겠지만, 내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내게 오는 연락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전쟁을 둘러싼 여론의 흐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