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왼쪽부터)가 18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헌법 전문에 5·18 정신 계승을 명시하는 개헌을 무산시킨 데 대해선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외려 SNS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광주 영령을 추모하고 그 숭고한 뜻을 기려야 할 날에 무책임한 정쟁만 일삼은 장 대표의 행태가 참으로 유감스럽다.
이날 장 대표는 ‘(5·18 정신의) 헌법 수록에 대해 말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기념식장을 떠났다. 앞서 국회는 지난 7일 헌법 전문에 5·18과 부마민주항쟁 정신 계승을 담고, 국회의 계엄통제권을 강화하는 등의 개헌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표결에 불참해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 8일에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재상정 방침을 철회하면서 39년 만의 개헌 시도는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장 대표는 광주시민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개헌을 무산시켜놓고, 무슨 낯으로 광주에 간 건가. 한마디 입장 표명조차 안 했다니, 이토록 뻔뻔할 수가 있나. 문재학 열사 어머니 김길자씨가 장 대표에게 “여기 올 자격이 없지 않으냐”고 항의했다는데, 참담할 따름이다.
장 대표가 5·18 정신을 정쟁 소재로 삼은 점은 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는 기념식에 참석하기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은 늘 5·18 정신을 앞세운다”면서 “하지만 저들에게 5·18은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라 권력 확장의 도구일 뿐”이라고 했다. 행사를 마친 후에도 “5·18 영령들은 외치고 있었다. 대통령이라도 죄를 지으면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그것이 진정한 5·18 정신이라고”라는 글을 게시했다. 야당의 대여 공세야 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치 언어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고, 선을 지켜야 한다. 장 대표 발언은 견강부회를 넘어 5·18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다.
5·18은 불법계엄과 국가폭력에 온몸으로 맞선 시민 저항의 역사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40여년 후 여의도·광화문·한남동·남태령으로 이어지며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해냈다. 5·18에 대한 인식과 12·3 내란에 대한 태도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장 대표는 지금이라도 개헌 무산을 사과하고, 내란세력과의 단절 의지도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