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전화통화를 하고 지난 14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미·중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협의를 했다고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 간 긴밀한 공조를 기초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미·중 정상회담 결과 팩트시트(설명자료)를 보면 “(미·중 정상이)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소개했지만 백악관의 공식 회담 결과 발표에선 한반도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예상됐던 북·미 대화도 결국 불발됐다.
미·중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없지 않지만, 한반도 의제는 후순위였다. 북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엔 무역전쟁, 대만 문제, 미국·이란 전쟁 등 양국 현안이 더 시급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제안조차 없었다고 한다. 미국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을 모르지 않지만, 북·미 대화 성사를 고대해온 한국으로서는 유감스러운 상황 전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대화 의지를 피력해왔다.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연을 미국에 넘겨주고 ‘페이스메이커’인 조연을 자처했다.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협상을 미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론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미 대화가 언제 재개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고착화하려 한다. 북·미 대화를 실마리 삼아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은 더 이상 유효해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정책에 대한 성찰적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한국이 그 해결을 미국에 맡겨둔 채 수동적 관전자로 있어선 안 된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아무리 대화 손짓을 해도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한계를 설정할 필요는 없다. 한·미 간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정세를 관리하면서도 평화를 만들기 위한 창의적이고 과감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