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용 물티슈는 변기에 버려도 되나요?”
온라인 육아카페 단골 질문이다. 물티슈가 하수관을 막는 주요 원인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수처리장 스크린 공정에서 발생하는 협잡물의 약 90%는 물티슈다. 물티슈로 막힌 하수관로를 유지하는 데만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쓰인다.
육아카페에 올라온 답변은 제각각인데, ‘카더라’ 비중이 높다. ‘녹아서 괜찮다더라’ ‘아파트는 괜찮다더라’ ‘단독주택은 쉽게 막힌다더라’ 등이다. 녹는다는 광고만 믿고 버렸다가 변기가 막혀 낭패를 봤다는 경험담도 종종 등장한다. 대부분 결론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막힐 수 있으니 변기에 넣지 말자’는 쪽으로 모아진다.
정답을 찾아보자. 검색창에 ‘녹는 물티슈’를 검색하니 화장실용 물티슈가 줄줄이 나온다. ‘자연 생분해’ ‘플러셔블(Flushable)’ 등 잘 녹는다는 광고 문구를 보고 있자니, 고민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물티슈 분해 실험 영상들은 광고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하수관 청소 업체가 진행한 실험에서 화장실용 물티슈를 이틀 넘게 물에 담가뒀지만 분해되지 않았다. 업체는 화장실용 물티슈가 배관 막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상에는 화장실용 물티슈 제조사를 허위·과장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해야 한다는 분노의 댓글이 달렸다.
화장실용 물티슈 제조사가 올린 실험 영상은 앞선 실험 결과를 반박한다. 변기에 버린 물티슈는 배관·정화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해리되고 최종적으로 생분해된다고 한다. 화장실용 물티슈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사용 후 안심하고 변기에 버려도 된다’는 게 제조사의 결론이다.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일단 한국소비자원은 물티슈 제조사의 손을 들어줬다. 소비자원이 제작한 소비자 뉴스는 화장실용 물티슈를 변기에 버려도 된다고 안내한다.
다만 소비자원이 별도의 검증 절차를 거쳐 내린 결론은 아니다. 한국에는 물티슈를 변기에 버려도 될지를 검증할 시험 표준이나 인증 제도가 없다. 소비자원이 기준으로 삼은 화장실용 물티슈는 미국 부직포협회(INDA)와 유럽 부직포협회(EDANA)의 변기 내림 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제품이다. 두 협회는 물티슈 기업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그렇다면 ‘생분해성’ 물티슈만 쓰면 어떨까. 최근 한국물환경학회지에 실린 강원대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생분해성 물티슈 3종 중 일부는 10분간 물속에서 흔들어 섞은 뒤에도 물 풀림성이 5% 미만에 그쳤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환경 부담이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물티슈는 하수 인프라는 물론 생태계를 해치는 골칫덩어리지만, 한국에서는 화장품법상 ‘인체 세정용 화장품’일 뿐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티슈도 환경 규제를 받지 않는다. 친환경을 표방한 물티슈 광고를 검증할 기준도 없다.
국회가 물티슈를 환경 규제 대상으로 관리하는 법안을 냈지만, 정부는 입법에 미온적이다. 물티슈 제조 업체의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규제 논의가 헛도는 지금도 물티슈는 하수관을 떠돌며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하천으로 스며들고 있다.
반기웅 정책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