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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구상 단계에서 3부작 프로젝트로 기획된 영화는 속편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끝난다.

'비무장지대'라는 배경이나, 범석이 어떤 의문을 가질 때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범석의 깊은 생각을 방해하는 마을 사람들 등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 설정들이 이미 복잡한 영화를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호프>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다른 21개 작품과 함께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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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힛… 헙… 헐…감탄과 당혹 사이, 멱살 잡혀 끌려가는 160분

입력 2026.05.18 20:30

수정 2026.05.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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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이후 10년 만에…칸에서 처음 공개된 나홍진 감독의 ‘호프’

영화 <호프>에서 미지의 존재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호포항.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호프>에서 미지의 존재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호포항.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을 초토화한 미지의 존재 추격
극한의 긴장감 속에 터지는 농담
그래픽 아쉬움 추후 보강 가능성
7분 기립박수…결말 반응 엇갈려

비밀에 싸여 있던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최초 공개됐다. 2024년 크랭크업(촬영 종료) 후 이날까지 보안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이 영화를 쉽게 설명할 말이 마땅히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사이에 코믹한 콩트가 들어있고, 괴수물이었다가 범우주적 SF(공상과학)물로의 확장 가능성을 넘본다. 정신없이 끌려가게 되는 K블록버스터다. <곡성> 이후 10년 만에 작품을 내놓는 나 감독의 야심이 느껴지는 영화다.

비무장지대에 있는 고요한 항구마을 호포항. ‘무언가’에게 공격당한 소 한 마리가 심하게 훼손된 채 시골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발견된다. 사람이라기엔 거대하고 흉포한 손이 할퀴고 간 자국들이다.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출장소장(경찰) ‘범석’(황정민)은 마을로, 친구들과 사냥을 즐기는 동네 청년 ‘성기’(조인성)는 북쪽 숲으로 향한다.

장장 2시간40분에 달하는 영화의 3분의 1 지점까지는 미지에서 오는 긴장감이 극을 끌어간다. 공격자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악하는 인물들의 반응을 먼저 보여준 후에야 한 박자 늦게 초토화된 마을과 죽은 사람들을 비춘다. 마을 풍경은 기묘하게 휑하고, 시신의 상태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훼손돼 있다. 범석과 성기는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정체 모를 ‘험한 것’을 뒤쫓는다.

초반부는 긴장감 넘치다가도 의외로 코믹한 뉘앙스를 풍긴다. 시골 마을에서 일평생 함께한 인물들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놀리는 농담을 일삼아서다. 관객들은 웃다가 ‘헉’ 숨을 들이쉬다가, 또 웃다가를 반복했다.

공격자 ‘외계인’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극은 괴수 액션물 겸 SF물로 전환된다. 도망가면서 공격할 틈을 노리며 인물들은 점점 외계인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간다. <오징어 게임>으로 해외 관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배우 정호연(성애 역)이 경찰차를 타고 등장해 외계인과 추격전을 펼칠 때는 장면의 시작과 끝에 각각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크리처 디자인과 컴퓨터그래픽(CG)에는 아쉬움이 있다.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샤 비칸데르 등이 모션·페이셜 캡처(움직임과 표정을 CG로 구현하는 기술)로 외계인을 연기했다. 외계인의 형태는 종류가 다양한데 <아바타> <진격의 거인> <베놈> 등 여러 작품의 비인간 캐릭터가 연상된다. 움직임 표현도 아쉽다. 다만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후에도 후반 작업을 이어온 만큼, 추후 기술적 완성도를 보강한 뒤 정식 개봉할 가능성도 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의 영화 <호프> 시사회에 참석한 나홍진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이 출연진과 함께 포토 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조인성, 황정민, 나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정호연 EPA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의 영화 <호프> 시사회에 참석한 나홍진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이 출연진과 함께 포토 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조인성, 황정민, 나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정호연 EPA연합뉴스

미국 할리우드에서 볼 법한 액션이 한국의 1970~1980년대가 연상되는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것이 신선하다. 나 감독과 <곡성>을 함께한 홍경표 촬영감독의 감각적인 촬영과 <겟 아웃> <어스> <놉> 등에 참여한 마이클 에이블스 음악감독의 협업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더한다.

구상 단계에서 3부작 프로젝트로 기획된 영화는 속편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끝난다. ‘비무장지대’라는 배경이나, 범석이 어떤 의문을 가질 때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범석의 깊은 생각을 방해하는 마을 사람들 등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 설정들이 이미 복잡한 영화를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호프>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다른 21개 작품과 함께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올해 초청작들이 정적인 소품 위주인 가운데 블록버스터이자 장르물인 <호프>는 눈에 띄게 결이 다르다. 이 남다름은 수상에 득일까, 실일까. 이날 현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극찬과 당혹 사이를 오가는 반응을 보였다.

이탈리아의 영화 평론가 안드레아는 “극의 리듬과 이야기가 좋았다. 지금껏 (칸에서) 본 영화 중 최고였다”고 말했다.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영화 투자업에 종사하는 카를라는 “재미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방향이라 내가 무엇을 본 건지 아직은 얼떨떨하다”고 했다.

이날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이 끝나자 23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7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나 감독은 “이렇게 긴 시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관람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짧은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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