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시행 후 662건 처리, 평균 기간 1년
작년 조사건 900건 중 절반은 1년 넘긴 상황
‘삼성 첫 중처법 조사건’ 반도체 피폭도 2년째
사건수 워낙 많고 기업 대표이사 등 조사 난항
“사건 많은데 계속 새 사건 쌓여, 구조적 문제”
지난 3월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원, 고용노동부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문재원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수사가 초동 조사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단계에서만 평균 1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가 조사 중인 사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1년을 넘긴 장기 미제에 해당하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18일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중처법이 시행된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노동부는 총 662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약 1년이다.
처리 기간이 1년 이상 2년 미만인 사건은 총 219건(33%)으로 집계됐다. 조사 기간 2년을 넘긴 사건도 78건(11%)이다. 전체 처리 사건 중 약 44%가 노동부 조사 단계에서만 1년 넘게 걸린 것이다.
3개월 내 처리된 사건은 34건(5%)에 불과했다. 처리 기간이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인 사건은 101건(15%),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은 230건(35%)이다.
노동부가 조사를 진행 중인 장기 미제 사건은 더 많다. 지난해 말 기준 노동부가 중처법 위반으로 조사 중인 사건은 900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64건은 조사 기간 1년을 넘었다.
조사 기간이 3개월 미만인 사건은 108건(12%),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은 120건(13%), 6개월 이상 9개월 미만 121건(13%), 9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87건(10%) 등이다. 통상 수사기관은 6개월을 넘긴 사건을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한다.
1년을 넘긴 장기 미제 사건 중엔 2024년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노동자 2명이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다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도 포함됐다. 이 사건은 삼성 계열사가 중처법 위반으로 처음 조사 받게 된 사건이었다. 사고 2년이 되도록 노동부는 중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노동부는 근로감독관 규모를 대폭 늘리며, 중대재해 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전담 수사 인력인 산업안전 근로감독관은 2024년 200명대 규모였지만, 현재는 정원을 500명대로 2배 이상 늘렸다. 노동부는 중처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한 뒤, 사건을 조사하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거나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법조계에선 중대재해 사건 조사가 장기화되는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사건 수가 워낙 많을뿐더러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꼭대기에 있는 대표이사 등을 조사해야 하는 만큼 거쳐야 하는 조사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심사에서 벗어나거나 사망 규모가 작은 데 비해 내용이 복잡한 사건은 뒷순위로 밀려 장기 미제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장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중대재해 사건은 노동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것 같다”며 “이미 장기 미제 사건이 많은데, 새로운 사건이 계속 쌓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관심사가 높은 사건이 들어오면, 기존 사건 조사를 멈추고 새 사건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때문에 적체된 사건 조사는 계속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약 45%가 처리까지 1년이 넘게 걸린다.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수사 및 내사 진행 중인 사건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며 “피해 노동자와 유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수사체계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