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반군 억류…인권 운동 전념
“아직도 트라우마 갖고 있지만
계속 목소리 내면 마음 치유돼”
17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올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우간다 여성인권활동가 실비아 아칸 ‘골든 우먼 비전 인 우간다’(GWVU)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인권상 수상을 위해 한국을 찾은 우간다 국적의 인권활동가 실비아 아칸(47)이 “어느 전쟁과 분쟁 지역이든 평화를 만드는 과정에 여성이 꼭 포함돼야 한다”며 “경험상 평화 협상에 여성이 있을 때 평화가 쉽게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아칸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우간다 내전 당시 경험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아칸은 전쟁 피해자이면서 인권활동가이다. 아칸은 우간다 내전 당시 반군에 8년간 납치돼 성폭력을 당하고 총알 9발을 맞았다. 그는 이후 내전 생존자 중심 단체인 ‘골든 우먼 비전 인 우간다’(Golden Women Vision in Uganda·GWVU)를 만드는 등 인권활동가의 길을 걷고 있다.
아칸은 17일 5·18 기념재단의 ‘2026 광주인권상’을 받았다. 2000년 제정된 광주인권상은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활동가나 단체에 수여한다.
아칸은 광주인권상 수상의 의미로 ‘여성 참여’를 언급했다. 그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여성들의 희생을 인정하고 정의로 나아가는 길”이라며 “평화 구축 프로세스에 여성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상은 전쟁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로 가닿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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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우간다 인권운동가 실비아 아칸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채연기자
아칸은 “전쟁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이는 여성과 아이들”이라며 수만명의 피해자들을 만난 경험을 전했다. 임신 중이던 아칸의 언니도 마을로 찾아온 반군의 총을 맞아 숨졌다. 아칸은 반군이 그를 비롯한 포로 여성들을 줄 세워 한 여성의 처형 장면을 보게 한 기억을 떠올렸다. 아칸은 “전쟁은 너무 끔찍하다”며 “이를 계속 알려가며 평화를 위해 목소리 낼 것”이라고 했다.
아칸은 억류에서 풀려난 뒤 2000년부터 우간다 북부 지역 실향민 캠프에서 구호 활동을 했고 2011년 GWVU를 설립했다. 단체에 속한 920명 이상의 피해 생존자들은 고통을 공유하며 공통의 목소리를 낸다. 아칸은 “아직도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만 계속 목소리를 내며 마음이 치유된다고 느낀다”며 “여성 생존자들에 대한 낙인을 찍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칸은 2018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 김복동씨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김복동 평화인권상’ 첫 수상자이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회는 시간이 지나며 이들의 고통을 잊기 때문에 이들 목소리를 계속 대변해야 한다”며 “누구도 면책 대상이 될 수 없도록 가해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칸은 “김복동씨는 별세했지만 남은 후손과 다음 세대들이 위안부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손잡고 강력한 움직임을 만들어나갈 때 생존자들이 제대로 보상받고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혐오가 여성에게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학교 교육의 역할도 강조했다. 아칸은 “혐오 발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교사가 교육하면 여성 혐오는 과거의 역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박채연 기자 applaud@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