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대국민 사과·철저한 경위 파악부터”
신세계 “일베 직원 여부 등 철저히 조사”
19일 오전 오월단체에 사과하기 위해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를 찾은 김수완 신세계 그룹 총괄부사장이 오월단체의 사과 거부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탱크데이’ 이벤트 파문을 사과하기 위해 19일 광주를 찾은 신세계그룹 관계자 면담을 거부했다. 오월 단체들은 이번 이벤트가 5·18 46주년 기념일에 맞춰 진행됐다는 점에서 ‘상업적 목적의 의도된 마케팅’을 의심하고 있다. 광주에선 분노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5·18기념재단과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민주화운동유공자회는 이날 “신세계그룹 관계자와의 사과 면담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김수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오월 단체 사무실이 있는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회관을 찾았지만 단체들이 면담을 거부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세계그룹 계열사다.
오월 단체들은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경위 파악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5월18일에 맞춰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부적절한 용어가 사용된 이벤트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도된 마케팅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태찬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상임부회장은 “회원들 반발이 거세다. 특정한 날짜에 이런 이벤트를 진행한 것은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과거 발언 등에 비추어 보면 노이즈 마케팅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고재대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어제 밤 신세계 측에서 사과 방문 요청이 있었는데, 오월 3단체와 논의 끝에 사과를 받지 않기로 했다”면서 “5·18피해자들과 광주시민들의 분노가 크다. 그런 것을 헤아려 신세계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5·18기념문화센터 앞에서 발길을 돌린 김 부사장은 5·18영령들에게 사과한다면서 “이번 행사는 고의성을 갖고 진행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여러 가지 사안을 볼 때 부적절한 마케팅이었고 향후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며 “5·18영령들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해당 이벤트가 계획되고 승인된 과정에 일베 활동 등을 하는 직원들은 없었는지 등도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김 부사장은 “이벤트 기획과 승인 과정에 ‘일베’ 활동을 한 직원들이 있었는지 등도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다”면서 “경위가 모두 파악되면 다시 한번 (광주를)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날 스타벅스코리아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탱크데이 이벤트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숭고한 정신을 폄훼하고 광주 시민의 아픔을 자극한 대단히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군부독재의 폭력적 진압을 연상시키는 탱크라는 단어를 5·18 당일 마케팅에 사용한 것에 교육계 안팎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며 “지속되는 역사적 왜곡과 이로 인해 광주시민들이 겪는 2차 가해가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광주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스타벅스는 행사 중단과 사과에 나섰지만 이미 상처받은 광주의 역사와 시민의 자존심은 쉽게 회복될 수 없다”며 광주시민과 5·18유가족,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광주는 단순한 지역이 아니다. 국가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이라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직원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기업 내부 전반에 역사 감수성과 민주주의 의식이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5·18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일인 지난 18일 ‘탱크데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진행했다. 공식 홈페이지와 앱 등에 게시된 홍보물에는 ‘탱크데이’라는 문구와 함께 날짜 ‘5/18’이 강조됐고,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도 포함됐다.
해당 문구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광주시내 탱크 진입, 1987년 발생한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당시 해명)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스타벅스는 이벤트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