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있는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마무리되면 다시 그린란드를 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미국·그린란드·덴마크가 올해 1월부터 워싱턴에서 약 다섯 차례 비공개 협상을 진행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협상은 덴마크 내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위협을 가라앉히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미국이 제시한 요구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 자치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비공개 협상에서 그린란드가 독립하더라도 미군이 무기한 주둔할 수 있도록 1951년 방위협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란드에 미국의 군사기지 설치·운용을 규정한 이 방위협정은 미국과 덴마크가 맺은 것이라 그린란드가 독립하면 폐기될 수 있다.
미국은 또 그린란드의 대규모 투자 계약 시 러시아·중국 같은 경쟁국을 배제할 수 있는 사실상의 거부권을 원하고 있다. 협상에서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이 요구가 ‘주권침해’라며 반대했다.
빙하 밑에 매장된 석유·우라늄·희토류 등 천연자원을 미국과 그린란드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미국의 이익을 위한 자원 개발은 그린란드의 엄격한 환경 규제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국방부는 이미 해병대 장교를 남부 그린란드 나르사르수아크에 파견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건설된 공항과 항구 등 미군 부대가 주둔할 수 있는 지역을 점검했다고 한다.
그린란드 정치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스투스 한센 그린란드 의회 의원은 “미국이 원하는 걸 다 얻는다면 진정한 독립은 없다”며 “우리 깃발을 반쯤만 올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피팔루크 린예 그린란드 의회 외교위원장은 “최선의 결과는 침략당하지도, 통제받지도 않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점령 위협은 올해 초 이란 전쟁이 격화되면서 잠잠해진 상태다. 비비안 모츠펠트 전 그린란드 외무장관은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트럼프가 돌아오고, 러시아도 북극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란드의 정치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6월14일)이나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4일)을 경계해야 할 날로 꼽았다. 모츠펠트 전 장관은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정책을 실현하는 데 그런 날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