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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자기 냄새가 나는 ‘윤어게인’ 언어

입력 2026.05.19 20:02

[강준만의 화이부동]자포자기 냄새가 나는 ‘윤어게인’ 언어

장동혁식 ‘윤어게인’의 근본 문제는 무능이다.
어떤 언행이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하는 능력조차 없는 것 같다
시야가 한쪽으로 치우친 유튜브에 갇혀 있어 유튜브 세계 속에서 산
윤석열이 저지른 자폭의 전철을 밟고 있다
부디 자포자기의 수렁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예의를 회복해서
유튜브 밖의 사람들과도 소통했으면 좋겠다

“혹시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이 2013년 12월에 출간한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해 제19대 대통령이 되었고, 2025년 대선에선 이재명이 승리해 제21대 대통령이 되었다. ‘싸가지 없는 진보’에 대한 반성 이후 두 명의 민주당 대통령이 탄생했으니, 이제 민주당은 싸가지 문제를 완전히 극복한 것인가?

그렇진 않다. 19·21대 대통령은 18·20대 대통령의 탄핵 덕분에 탄생한 이들인지라 싸가지 문제가 불거질 겨를이 없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싸가지는 사소한 문제였다. 그러나 비교적 그렇다는 것일 뿐, 싸가지는 여전히 중요하다. 나는 오래전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이젠 <싸가지 없는 보수>라는 책을 써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만약 그런 책을 쓴다면, <싸가지 없는 보수>는 <싸가지 없는 진보>와는 다른 성격의 책이 될 것이다. ‘싸가지 없는 진보’는 진보의 오만한 도덕적 우월감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지만, ‘싸가지 없는 보수’는 좌절에서 비롯된 분노와 증오 때문에 일어난 심리적 현상인 동시에 유튜브가 조장한 미디어 현상이다.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이 가장 적합한 연구 대상일 텐데, 그들의 언어는 자포자기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미리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다. 이 글은 ‘윤어게인’이나 그 지지자들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윤어게인’ 언어에서 자포자기 냄새가 나는 이유를 살펴보면서 희망과 평정심을 회복하는 길을 찾아보자는 게 이 글의 목적이다. 모든 ‘윤어게인’ 세력을 다루는 건 아니며, 국민의힘의 장동혁 체제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정치인과 유튜버들(고성국·전한길)로 국한해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 10개의 주장을 감상해보자.

왜 유튜브만 나가면 과격해질까

1. “계엄을 선포하고 (군이) 2~3분 만에 선관위를 점령했다. 대단하다. 진짜 윤석열이다. 한 방을 진짜 제대로 보여줬다. … 과천 상륙작전이다. … 금기의 영역, 범죄자들의 소도가 되어버린 선관위다. 감히 대통령도, 검찰도 함부로 건들지 못했던 (선관위에서) 계엄이라는 이름으로 자료를 들고나온 것이다.”(김민수 대변인, 2024년 12월5일)

2. “지금 종북 주사파들이 윤 대통령에게 내란 수괴라는 누명을 덮어씌워서 우리 자유우파를 완전히 궤멸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고성국, 2024년 12월9일)

3.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장애인 할당이 너무 많다. … 김예지 같은 사람이 눈 불편한 것 말고는 기득권 …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것 … 정말 사람 같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을 데려와가지고 공천 준 거.”(박민영 미디어대변인, 2025년 11월12일)

4. “(12·3 계엄 당일 계엄군의 총구를 손으로 막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에 대해) 군인에게서 총기를 뺏는다는 것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것이다.”(김민수 최고위원, 2025년 12월11일)

5.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에 대해) 이번에는 평균 연령 91세 고문님들의 성토다. … 제발 메타인지를 키워라. 이미 망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고문이라는 수식이 민망한 일천한 아집이다.”(박민영 미디어대변인, 1월13일)

6. “당사에 전두환·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을 걸어야 한다.”(고성국, 1월29일)

7. “국힘 의원들은 썩은 고름과 같은 존재들.”(전한길, 2월9일)

8. “(국민의힘 ‘절윤’ 선언에 대해) 그래 잘 가라. 이재명한테 가라고! 민주당에 가라고! 너희들이 보수야? 너희들이 우파야? 너희들은 이재명 이중대야! 그들은 민주당이나 이재명으로부터 돈을 먹었거나 중국으로부터 돈 먹은 새X들…”(전한길, 3월9일)

9.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에 대해) 늙은이들이 제정신인가.”(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3월18일)

10. “(배현진은) 우리 당의 암적 존재.”(조광한 최고위원, 4월28일)

이 10개 주장의 대부분은 유튜브에서 발설된 것이다. 캐나다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이 “미디어가 메시지”라고 말한 게 생각난다. 미디어의 내용이란 그것을 전달하는 미디어 기술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유튜브라는 미디어 형식이 내용에 영향을 미치니, 좀 과장하자면 “미디어가 메시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일반적인 언론 인터뷰에선 비교적 점잖게 이야기하던 사람이 왜 정치 유튜브에만 나가면 과격한 발언을 하는가? 유튜브의 운영 방식과 수용자 성격이 그렇게 할 것을 요구한다. 민경남 SBS 라디오 PD는 ‘미디어오늘’(2025년 9월25일) 인터뷰에서 “시사 라디오는 유튜브를 통해서 상승세를 맞았다”며 “그러나 동시에 유튜브의 문법에 맞게 라디오가 갇히면서 시사 라디오의 어려움도 생겼다”고 했다.

그래도 라디오는 소속 조직의 평판 때문에 유튜브 문법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지만, 악평으로 먹고사는 정치 전문 유튜브나 독립적인 개인 유튜브 채널은 절제 없이 거칠게 구는 게 경쟁력이 되고 말았다. 잘 생각해보시라. 그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거친 발언들은 대부분 유튜브에서 나온 것이다. 멀쩡한 사람도 유튜브 앞에만 서면 거칠어진다. 그게 바로 유튜브의 정치적 문법이 되고 말았다. 혀를 끌끌 차게 만들 정도로 거친 강성 발언을 일삼는 의원들이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고위 당직을 꿰차는 데에도 유리하다. 그래서 요즘 정치는 누가 더 강성 메시지를 던지는가를 겨루는 경쟁이 되어버렸다.

소멸 위기는 장동혁 체제의 자해극

전한길은 “우파 유튜버를 많이 구독하고 좋아요를 눌러달라”며 “유튜버가 대한민국을 살린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정반대의 메시지를 던지는 좌파 유튜버들도 그런 말을 할 것인바, 대한민국이 죽고 사는 건 유튜브와 무관하다. 중요한 것은 ‘윤어게인’ 담론이 아스팔트 위에서 탄생해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었기에 그 문법을 따르느라 일반적인 여론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아니 심지어 경멸하면서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10개의 주장은 그 어떤 기준으로 보건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게 아니다. 여론의 지탄을 받을 게 분명함에도 당장 눈앞의 강성 지지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소탐대실의 언어다. 오늘만 있고 내일이 없는 언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언어다. 왜 그렇게 된 걸까? 아마도 절망과 좌절 때문일 게다. 자포자기의 냄새를 워낙 강하게 풍겨 차마 싸가지 없다고 말하기조차 꺼리게 될 정도이다.

다섯 번째로 소개한 박민영의 주장을 보자. ‘프레시안’ 기사에 따르면, “손자뻘인 33세 박 대변인으로부터 원색적인 비난을 들은 상임고문단이 이에 격노해 … 4선 출신 유흥수 의원이 곧바로 상임고문단을 탈퇴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앞으로 더는 회의에 나오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렇게까지 격노를 유발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노인을 비하하는 막말은 원래 진보의 고질병이었는데, 이젠 그 병이 ‘윤어게인’의 특징처럼 돼버리고 말았다. 자신을 그 자리에 앉혀준 사람에게 충성하는 게 유일한 희망인가? 그래서 비판자들에게 온갖 독설과 욕설을 퍼붓는 건가? 그렇게 해서 비판자들을 제압할 수 있다면 또 모르겠는데, 오히려 정반대로 고립돼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건 ‘장동혁 체제’의 자해극이 아니고 무엇인가.

민주당을 향해 비판할 게 좀 많은가. 그런 비판에 써야 할 에너지를 “밖의 적 50명보다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는 장동혁 이론의 실천에만 바치고 있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장동혁식 ‘윤어게인’의 근본 문제는 무능이다. 어떤 언행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하는 능력조차 없는 것 같다. 시야가 한쪽으로 치우친 유튜브에 갇혀 있어 유튜브 세계 속에서 살았던 윤석열이 저지른 자폭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부디 자포자기의 수렁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예의를 회복해 유튜브 밖 사람들과도 소통하면 좋겠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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