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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샤를 미셸 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현재 국제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후 국제질서를 규정한 가치와 규칙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셸 전 의장은 '거래 당사자 모두 승자가 되는 거래가 좋은 거래'라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필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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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미셸 “수십년 알던 ‘대서양 관계’ 끝나…상호 존중 바탕 새 관계를”

입력 2026.05.19 21:10

수정 2026.05.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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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미셸 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다자주의 퇴색 속 ‘국제질서 회복’을 말하다

샤를 미셸 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근방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브뤼셀 | 오동욱 기자

샤를 미셸 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근방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브뤼셀 | 오동욱 기자

‘승자·패자 있는 거래’ 추구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자신들 입지 위해 역사적 파트너들 약화시켜
한국 등 다자 체제 추구 국가들과 한 테이블서 대화 기대…
중국과는 민주적 원칙·기후변화·경제적 불균형 등 논의 필요
보호무역주의·개인주의·민족주의 선택했을 때
세계대전 비극 발생…국제적 조율·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다극화됐지만, 협력을 위한 다자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약해져 있습니다.”

샤를 미셸 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현재 국제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벨기에 최연소 총리를 지낸 미셸 전 의장은 2019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선출돼 2024년까지 EU 정상 간의 협의를 조율했다. 이 기간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이슈에 관한 대응을 주도하고,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 등을 추진했다.

미셸 전 의장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적 추세를 보면 갈등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거래’를 짚었다. 국가들이 거래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 국가 간 갈등과 긴장, 분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후 국제질서를 규정한 가치와 규칙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셸 전 의장은 ‘거래 당사자 모두 승자가 되는 거래가 좋은 거래’라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필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대표성을 높이고 다자주의 질서를 옹호하는 국가들의 협력을 넓혀야 한다고도 말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인근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미셸 전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


- 당신은 유럽 정치의 중심에서 국제질서의 변화를 지켜봐왔다. 오늘날 세계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점이 하나 있다. 과거 자유 세계의 리더로서 민주적 가치와 원칙을 증진하고 국제 협력을 도모해야 했던 국가인 미국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 내부 사회 진화의 반영이며 우연이 아닌 하나의 새로운 사이클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좋은 거래란 승자와 패자가 있는 거래라는 해석을 따르고 있다. 이는 국제질서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치와 모순된다. 좋은 거래란 양측 모두가 승자가 되는 거래다. 상호 이익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좌절감이 생기고, 갈등과 긴장이 발생하며, 결국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기존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시각은 제기된 지 오래다. 동맹관계의 변화에 동감하나.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는 미국 내의 변화가 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보겠다. 나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수십년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대서양 횡단 관계’(Transatlantic Relations)가 끝났으며,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될 것이고, 새로운 관계를 다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상호 존중과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관계가 구축돼야 한다.”

- 미국과 유럽의 결정적 견해차를 드러내는 지점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는 (유럽과 미국 사이에) 중동 지역이나 러시아 문제 등에서 갈수록 더 많은 차이점과 갈등을 목격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EU의 이익에 반하게 행동하고 있지만, 미국은 안일한 태도다. 그린란드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일부이며, 덴마크는 EU의 일원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린란드 영토 문제를 두고 유럽 국가들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관세와 국제무역 역시 미래의 번영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보호무역주의가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믿지 않는다. 또한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자신들의 입지를 극대화하려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사적 파트너 중 일부를 더 약화하고 취약하게 만들려 한다는 점을 목격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 국제상황의 변동이 커져 정책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U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다섯 가지 근본 요소가 EU의 의사결정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미·중 간 치열한 경쟁이다. 둘째,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갈등이 더 늘고 있다. 셋째, 중견국의 부상이다. 이들은 단일 초강대국을 따르기보다 자신들의 이익 균형을 잡길 원한다. 넷째, 영토나 자원을 둘러싼 싸움으로부터 우주 기술,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새로운 전장이 등장했다. 이는 지정학적 지형을 바꾸고 있다. 다섯째, 유엔 체제는 과거보다 중요성이 줄어들었고 반복되는 갈등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유럽의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간 나토(NATO)가 국방과 안보를 주로 담당해왔기 때문에 안보와 방위가 EU의 핵심 과제가 된 것은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 미·중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도 예전과 달라질 것 같다. EU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이전처럼 워싱턴이 강요하는 대중국 전략을 우리가 단순히 따르기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관계를 그 자체의 가치에 따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미국과 이익이 일치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다를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스스로 정의해야 한다. 중국과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첫째는 민주적 원칙과 인권 문제다.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의 관점에서 EU 측은 명확한 견해가 있다. 까다롭긴 하겠지만, 우리는 존중하는 자세로 대화할 준비가 언제나 돼 있다. 둘째는 기후변화, 글로벌 보건, 안보와 같은 전 지구적 과제다. 중국의 참여 없이 기후변화나 글로벌 보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안보 분야에서도 논의해야 할 주제들이 있다. 셋째는 경제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서 더 많은 상호주의와 더 공정한 경쟁 환경이 필요하다.”

- 규칙 기반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약해지고 있다. 새로운 질서를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더 많은 주인의식과 포용성, 공정함이 필요하다. 만약 EU가 파트너인 한국, 일본, 캐나다, 그리고 세계의 다른 지역들과 함께 같은 배를 타지 않는다면, 개혁이 필요한 유엔 시스템을 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개발도상국들과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리고 우리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저 우리의 기득권만을 지키려 한다면 다자간 모델은 깨지고 희망은 없을 것이다. 나는 EU가 효과적인 다자 체제의 필요성을 진심으로 믿는 이들과 함께 같은 테이블에 앉아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 유엔 체제를 더 포용적이고, 더 대표성 있으며, 더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EU는 실제 미·중뿐만 아니라 한국, 인도, 중동, 중남미 국가들과도 지속적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협력이 실제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는가.

“몇 달 전 우리는 인도와의 무역 협정에 서명하기로 했다. 이는 협력과 경제 발전 측면에서 방대한 기회를 열어주고 상호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한국과 전략적 동반관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나는 이것이 기술, 배터리,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부 다자 기구에서 정치적 조율이 더 많이 이뤄지길 바란다. 우리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 북한, 러시아, 그리고 중동의 이란이 그렇다. 이 국가들은 상황에 따라 핵 수사(rhetoric)나 핵무기를 통해 위협하고 협박하고 있다. 당신들은 자유무역에 기반한 다자질서를 믿고 있다. 우리처럼 말이다. 우리 역시 자유무역이 번영을 가져오고 증진하는 지렛대라고 믿는다.”

- 강압의 질서가 작동하는 세계에서 협력의 질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다자 체제를 더 실무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평화와 공존, 번영,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믿는다면, 국제적 조율과 협력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더 많은 보호무역주의, 개인주의, 민족주의를 선택했을 때 갈등과 긴장이 발생한다. 그것이 세계의 역사이자 유럽의 역사다. 유럽서 시작돼 수많은 고통과 비극을 안겨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더 많은 민족주의의 결과였고,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거래가 좋은 거래라는 생각의 결과였다.”

[2026 경향포럼] 샤를 미셸 “수십년 알던 ‘대서양 관계’ 끝나…상호 존중 바탕 새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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