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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 3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내건 슬로건입니다.

유럽에서는 최근 "공공 인프라의 쇠퇴가 극우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8일 농촌과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공공서비스가 축소되고 지역 상권이 사라지면서 주민들의 사회적 소외감이 커지고 있으며, 극우 정당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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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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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마을에 극우가 들어왔다”···가로등·술집·쓰레기통이 정치 바꾸나

입력 2026.05.20 06:00

수정 2026.05.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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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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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거리를 다시 밝히자(Rallumer les lumières)”

지난 3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내건 슬로건입니다. 단순한 생활 공약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최근 유럽 정치의 핵심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최근 “공공 인프라의 쇠퇴가 극우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8일(현지시간) 농촌과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공공서비스가 축소되고 지역 상권이 사라지면서 주민들의 사회적 소외감이 커지고 있으며, 극우 정당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불 꺼진 거리, 멀어진 쓰레기통···‘분노의 통로’ 된 극우

프랑스 지방정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야간 가로등 소등 정책을 확대해왔습니다. 탄소 감축, 야생동식물 보호 등을 위한 조치였지만 RN은 이를 치안 문제로 연결 지었습니다. “밤길이 위험해졌다”, “시민 안전보다 환경 이념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식의 메시지로 보수층 불만을 자극한 겁니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 RN은 농촌과 중소도시 310곳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보르도 같은 대도시에서도 일부 녹색당 후보들조차 “당선되면 가로등부터 복구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을 정도였습니다.

르몽드는 “직접적으로 ‘환경 정책 반대’를 외치지 않아도, 주민 불안을 자극함으로써 환경 정책 자체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여성이 파리 2024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센 강변 울타리를 지나 쓰레기통을 나르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한 여성이 파리 2024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센 강변 울타리를 지나 쓰레기통을 나르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쓰레기 수거 방식 변화 역시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일부 지방정부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기존 ‘집 앞 수거’ 대신 ‘공동 수거함 체제’로 전환하자, 고령층과 외곽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세금은 그대로인데 삶은 더 불편해졌다”는 반발이 커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불만을 기반으로 RN 후보들이 승리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핵심이 단순한 생활 불편이 아니라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는 소외감이라고 설명합니다. 세무서와 우체국, 병원 등 공공서비스가 축소되면서 주민들이 사회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는 거죠.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의 사회학자 클라라 드빌은 “공공재가 줄어들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외국인·이민자에 대한 적대감과 인종주의 편견도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화가 사라진 자리, 극우 정치가 자라났다

유럽이 주목하는 건 카페·식당·술집 같은 ‘관계적 공간’의 쇠퇴입니다. 공공 인프라가 무너지면 병원, 편의점 같은 ‘필수·거래적 공간’뿐 아니라 주민들이 서로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도 함께 사라지는데, 이 틈을 극우가 파고든다는 겁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술집과 담배 가게 약 1만800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수십 년간 진보 성향이 강했던 한 소도시에서는 40년 전 12개였던 카페가 지금은 단 1개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지역 시장은 “극우 확산을 막으려면 주민들이 다시 모일 공간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새 카페 유치 공약까지 내세웠습니다.

비슷한 현상은 영국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은 ‘우리의 술집을 살리자’를 주요 메시지 중 하나로 내세웠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공식 SNS를 통해 “펍이 문을 닫을 때마다 우리 문화의 한 조각이 사라진다”며 주류세 인하와 지역 펍 지원 공약을 강조했습니다.

영국개혁당의 ‘우리의 술집을 살리자(Save Our Pubs)’ 슬로건. 영국개혁당 인스타그램 갈무리

영국개혁당의 ‘우리의 술집을 살리자(Save Our Pubs)’ 슬로건. 영국개혁당 인스타그램 갈무리

다이엔 볼레 파리정치대 교수는 브렉시트와 반이민 정서가 확산하던 2013~2016년 영국 지역별 펍 폐업 데이터와 극우 성향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 지지율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지역 내 펍 폐업이 늘어날수록 UKIP 지지 가능성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폐업 비율이 증가한 지역에서는 UKIP 지지 확률이 다른 정당보다 4.3%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실제 UKIP는 2013~2014년 지지율이 29%까지 상승했고,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영국 정당 가운데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연구자 휴고 수브틸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 대화할 공간이 사라질수록 정치는 고립된 개인과 미디어의 거대 담론 사이 충돌로 바뀌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복잡한 현실보다 단순한 해답을 제시하는 담론이 구조적으로 더 큰 힘을 얻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사회와 연결 끊기는 관계 공백···핵심은 결국 ‘공동체 회복’

유럽의 극우 확산은 흔히 이민·경제·안보 문제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자들은 극우의 성장을 단순히 “분노한 저소득층의 반란”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 밑바닥에는 훨씬 더 일상적이고 감각적인 변화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불 꺼진 거리, 사라진 우체국, 문 닫은 카페, 끊긴 버스, 텅 빈 광장. 이런 변화들이 누적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사회와의 연결이 끊어진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그 공백을 가장 빠르게 파고드는 세력이 극우 정치라는 겁니다.

앞으로 유럽 정치의 핵심 갈등은 단순히 이민·치안 같은 거대 담론만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세계 곳곳의 극우 확산은, 결국 ‘사라지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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