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잠수함 미주리함(SSN-780)이 2023년 12월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한·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논의할 대표단을 수주 내 한국에 파견해 한·미가 핵잠 등을 논의하는 실무그룹을 출범할 예정이다. 해군은 핵잠 건조를 위한 군 차원의 공식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간 정체된 양국의 핵잠 논의가 시동을 거는 모습이지만 쿠팡 등 해소되지 않은 통상 이슈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외교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회담 결과, 후커 차관이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각 부처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후커 차관은 방한 기간 한·미 정상 간 합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의 안보 분야 후속 조치를 위한 킥오프 회의를 진행한다. 외교부는 또한 후커 차관이 방한하는 동안 핵잠·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협의를 위한 한·미 실무그룹이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 실무그룹이 출범하면 지난 1월 추진하려던 양국 간 실무 협의가 약 5개월 만에 시작되는 셈이다. 앞서 한·미는 핵잠과 관련해 외교·국방 및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협의체 가동을 추진했지만 한국의 대미투자 이행 속도와 쿠팡 정보유출 사건 대응에 대한 미국 내 기류가 안보 협의에 영향을 미치면서 논의가 지연됐다. 실무그룹이 본격 가동될 경우 핵잠 건조 논의와 함께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사용 권한 확대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의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간 팩트시트 후속 협상 논의의 걸림돌로 지목돼 온 양국 통상·규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후커 차관은 박 차관과의 회담에서 “양국의 무역 및 산업 파트너십의 지속적 진전을 기대한다”면서도 “미국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 보장과 시장 접근 장벽의 신속한 해소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미 국무부가 전했다. 한국의 대미투자 약속을 압박하며 쿠팡과 온라인플랫폼법 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군은 한국형 핵잠 도입을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했다. 해군은 이날 핵잠 건조를 위한 소요 제기서를 합동참모본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소요 제기는 군이 새로운 무기체계 도입이나 전력증강 사업을 추진할 때 작전상 요구되는 성능과 운용개념, 소요 대수, 전력화 시기 등 필요 사항을 상급 기관에 요청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전력 획득 과정의 첫 공식 절차로 평가된다.
강동길 전 해군참모총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핵잠 규모에 대해 “5000t 이상이 될 것”이며 핵잠 연료를 두고는 “평화적으로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보면 (우라늄) 농축 정도가 20% 이하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핵잠 규모는 약 7000~8000t급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합참에서 소요 제기가 결정되면 핵잠 도입을 위한 군 차원의 실무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핵잠 건조·운용을 위한 원자력협정 개정 등 외교 절차는 외교부가, 실물 핵잠 건조를 위한 군사·기술 절차는 군이 담당하는 투 트랙 구조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핵잠 개발 기본계획 발표를 추진하고 있다. 핵잠 확보에 대한 원칙과 건조 계획, 핵 비확산 입장, 구체적 일정 등을 포함한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한국형 핵잠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