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미 본사 지분 인수 당시 콜옵션 설정
이마트 측 귀책 사유로 계약 해지 시 상당한 손실
신세계, 광주서 스타필드 조성 중···여론 민감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행사에 대한 공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논란이 벌어진 당일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를 경질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한 배경엔 스타벅스코리아 경영권을 본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와 신세계그룹이 광주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와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던 이마트는 2021년 본사가 보유한 지분 일부(17.5%)를 4743억원에 추가 인수해 최대주주(67.5%)가 됐다. 당시 이마트는 스타벅스 본사에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되거나 이마트 측 귀책 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이마트가 보유한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부여했다. 특히 이마트의 귀책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공정가치 평가액에 35% 할인율을 적용하는 조항을 설정했다.
스타벅스 본사가 콜옵션 조항을 발동할 경우 이마트는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2021년 지분 양수도 계약 당시 스타벅스코리아의 기업 가치가 약 2조7000억원으로 평가받은 점을 감안하면 이마트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35% 할인율을 적용하면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약 1조2000억원에 넘겨야 해 6000억원가량 손해를 입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3조원대로 추정되는 스타벅스코리아의 현재 가치를 적용하면 이마트의 손실은 더 커진다.
유통업계에선 스타벅스 본사가 당장 콜옵션 조항을 발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앞으로 이마트가 스타벅스 본사와의 관계에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전망한다.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약 4만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스타벅스는 브랜드 이미지 손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이번 사태 추이를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 본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과 맞물려 부적절한 마케팅이 한국에서 이뤄진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의가 아니었으나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마트 측은 경향신문에 “이번 사안은 글로벌 스타벅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상 계약 해지와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판단한다”며 “이에 계약상 영향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귀책 사유에 따른 ‘의무 불이행’에는 출점 계획 미달, 채무 불이행, 비밀유지 위반 등이 해당한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광주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점도 정 회장이 신속하게 사과한 이유로 꼽힌다. 신세계는 광주신세계의 ‘광천터미널 복합화사업’과 신세계프라퍼티의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 4조원 이상이 드는 대형 사업이다. 인·허가권을 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사업지 인근 소상공인과 시민단체 등 지역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정 회장은 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탱크데이’ 행사로 파장이 커지자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했다. 정 회장은 이튿날엔 “이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다”며 사과문을 내고, 김수완 신세계그룹 부사장을 광주로 보냈다. 다만 오월단체들의 거부로 김 부사장은 발길을 돌렸다.
SNS에선 이날도 스타벅스 불매 인증이 이어졌다. 스타벅스코리아 대주주인 이마트 주가는 19~20일 이틀 동안 18일 종가 대비 10.8% 하락해 이날 8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