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국내 주요 제분사들이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밀가루 가격을 6년 동안 담합해 결정한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 6710억원을 부과했다. 담합 사건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이다. 공정위는 해당 기업들이 담합 이전 경쟁질서를 회복하는 수준으로 밀가루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시장을 교란하고 민생에 피해를 주는 담합을 되풀이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로 엄벌해야 한다.
이번에 적발된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7개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조원 규모의 담합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제분사는 2006년 가격 담합으로 435억원의 과징금 등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담합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국제 원맥 시세 상승기였던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이들 제분사에 471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는데도 담합을 중단하지 않은 것도 역대 최고 과징금이 부과된 배경이다.
여러 가지 제재와 과징금 처분에도 담합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담합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공정위가 과징금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타당한 결정이다. 공정위가 그간 사문화됐던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용한 것도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인쇄용지 가격을 담합한 6개 용지업체에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한 데 이어 이날도 재결정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공정위 1년 국정성과를 통해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20조원 규모의 담합을 적발했고, 민생 품목 가격 인하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민생 품목 담합을 잇달아 적발하면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완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담합은 시장경제의 작동원리인 경쟁을 무력화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범죄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생활필수 품목의 담합 행위는 민생을 피폐하게 하는 중대범죄다. 자본주의를 병들게 하는 담합에 대해서는 과징금 상향뿐 아니라 면허 등록 말소, 영업정지 처분 등 더욱 강력한 처벌로 악덕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건강성을 지키는 파수꾼 공정위가 역할을 할수록 민생은 나아지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