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마늘은 대산(大蒜)이다. 고려시대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 권1 기이(紀異) 편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식물이다. 서양의 드라큘라 신화에도 어김없이 마늘이 등장한다. 영험한 마늘과 쓴 쑥을 먹고 백일 동안 볕을 쬐지 않은 곰이 웅녀로 변해 단군의 어미가 되었다는 건국신화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었음직한 이야기다. 짐승이 인간으로 둔갑하기 위한 마늘과 쑥의 효능을 두고 이런저런 인류학적 해석이 있지만, 일본 노화연구팀은 2026년 5월 숙성 마늘의 한 성분이 인간의 근육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세포 대사’에 발표했다.
지난주엔 동네 아파트에 수요일마다 서는 장에서 바지락을 한 바가지 사다 삶았다. 끓는 물에서 달그락거리며 조개가 들썩일 때 어슷하게 썬 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우러난 맑은 우윳빛 국물에 갓김치까지 곁들여 실컷 먹었다. 우리는 김치에, 국에 가끔은 마늘장아찌까지 마늘이 든 음식을 평생 먹는다. 그렇다 해도 한국인의 근육이 늙어서까지 끄떡없으리라는 안도감이 선뜻 들지는 않는다. 근육의 통일성이라는 게 마늘에 든 하나의 화합물로 섣불리 결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의 골격근은 체중의 40%가 넘는 거대 기관이다. 중력의 영향 아래 지면 마찰력의 끝없는 부대낌을 받아야만 간신히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진화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 단련된 기관이다. 일본 연구진의 쥐 실험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 보아도 이런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쥐는 체중 1㎏당 5㎎의 마늘 화합물을 8개월 동안 먹었다. 수명이 2년 남짓한 동물의 8개월을 인간의 시간으로 바꾸면 15년 정도가 된다. 쥐도 그 정도는 근사(勤仕)를 모아야 늙어서까지 근육을 지킬 수 있다. 입원해서 한 달가량 누워 지내기만 해도 제대로 걷지 못할 만큼 약해빠진 인간의 근육을 오롯이 지키려면, 곰처럼 매일 마늘을 먹으면서 꼬박 운동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일본 연구팀은 생마늘이 아니라 숙성한 마늘에서 얻은 화합물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사실이다. 술 섞인 물에 담가 상온에서 10개월 이상 충분히 숙성한 마늘에서 분리한 물질이자, 황이 든 아미노산에 탄소 3개짜리 분자가 결합한 프로페닐시스테인이 그것이다. 생마늘에도 이 분자와 이중결합의 위치만 다른 이성질체가 있다. 숙성하는 동안 생마늘 화합물의 구조가 조금 달라진 것이다. 그러니 인삼 대신 홍삼을 먹은 셈이다. 벌써 대중매체에는 숙성한 것이 낫니, 흑마늘이 좋으니 말이 많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논문의 핵심은 마늘이건 뭐건 진득하게 먹어야 한다는 데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가 입으로 먹은 음식물이 곧바로 목적기관에 도달해 효과를 내는 일은 없다. 흡수된 마늘 화합물은 혈관을 돌아 지방 조직에 도달한다. 중성지방이 가득 들어차 폐기물 보관소 취급을 받던 지방 조직이 내분비기관으로 거듭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마늘 성분의 영향을 받아 지방세포에서 분비된 물질은 이제 뇌의 시상하부에 도달해 늙은 쥐더러 근육세포를 더 만들라고 지시한다. 달리 말하면, 마늘을 통해 들어온 어떤 물질은 지방과 뇌 사이 의사소통을 조율할 수 있다. 근육의 크기를 늘리라는 신호는 도대체 쥐 생존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모른다. 하지만 포유동물의 근육은 싸우거나 도망치는 데 혹은 먹잇감을 쫓는 데 쓰인다. 그러므로 쥐의 근육에 변화를 요구하는 마늘의 생태학적 의미를 파악하는 연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실 어떤 종류의 음식은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하도록 지시한다. 예컨대 장차 혹한기를 맞이할 곰이 먹는 도토리 같은 열매에 풍부한 오메가-6 지방산, 특히 올레산은 겨울잠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열매를 잔뜩 먹고 배 둘레에 지방을 그득 채운 곰은 깊고 긴 잠자리에 들어 추운 겨울을 버틴다. 사정이 이렇다면 오메가-6 지방산은 에너지 소비 대신 저장으로 곰의 대사 경로를 바꾸라는 외인성 신호 분자임이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마늘의 황화합물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화합물도 탐색해야 할 것이다.
이때도 잊지 말아야 할 존재는 대장 안에 사는 세균 무리이다. 장내 세균의 수와 다양성은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개인의 혈당 수치를 다르게 조절하는 핵심 요인이다. 그러니 지방·뇌뿐만 아니라 지방·장 세균끼리의 속삭임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작심하고 한번 들여다보자.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