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세수 활용 방안 사회적 논의 필요…노노갈등 봉합도 절실
전문가 “내 조직 바깥 노동자와 연대 주도할 리더십 구축해야”
폭풍전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20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에 차량이 드나들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성과급 배분 문제를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협상은 기업의 성과급 산정 기준을 단체교섭 의제로 등장시켰다. 정부의 중재 끝에 파업은 피했지만 과제는 남았다. 성과급·주주환원·장기투자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에서 찾을지, 반도체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또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노노갈등’을 봉합하는 일도 중요하다.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제도화 요구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단체교섭 의제로 끌어올렸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성과급의 도입 취지상 그간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해온 성과급을 회사의 이익과 연동하는 것은 적절하다”면서도 “다만 이 경우 경영 악화에 따른 위험도 노동자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조의 요구는 기준을 투명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성과급이 공정하게 분배된다는 신뢰가 회복되면 주주와의 갈등 소지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성과급과 주주배당, 기업의 장기투자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놓고는 각각의 당사자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승일 정치경제학 박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반도체 초과이윤, 어떻게 나눌 것인가’ 긴급좌담회에서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사업 수익이 파운드리 투자와 다른 사업부 지원에 활용되는 구조라며 “대만 TSMC 추격을 위한 대규모 투자 확대와 높은 주주환원율,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를 모두 극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주주들도 주주환원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주단체는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경영진에게 배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증폭된 ‘노노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도 관건이다. 회사 내 반도체(DS) 부문 노동자들이 협상을 주도하면서 모바일·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협상 막판에는 초기업노조의 일방적 협상 방식을 문제 삼으며 4000여명의 조합원이 탈퇴를 신청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는 반도체가 챙기면서 투쟁은 함께하길 원한다’ ‘DX 부문과는 계속 같이 가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가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 데는 이번 사태에서 ‘약자와의 연대’가 보이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3만5000여명의 소속 외 노동자와 1700여개 협력업체가 성과급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각자도생의 사회 분위기에서 노동조합 내에도 ‘자신의 성과’만 강조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건 이견을 조율할 리더십의 부재”라면서 “‘내 조직’ 밖에 있는 노동자와의 연대를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반도체 슈퍼사이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과세수’에 대한 논의도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을 합하면 10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회사가 내년에 낼 법인세만 100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수 증가분을 중장기 재정 계획에 반영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 교수는 “청년 실업 심화 등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생기는 문제들도 적지 않다. AI 전환으로 새롭게 생기는 문제와 사회 격차를 해결하는 데 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