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권·인허가권 주도권 다툼
각 기관장 정당 달라 더 갈등
건설사 “어느 장단에 맞출지”
서울 용산 정비창 일대 모습. 연합뉴스
광화문광장 조성, 용산 개발, 세운지구 재개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해온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이번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공사 철근 누락 보고 문제를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관가와 건설업계 안팎에선 이번 ‘보고 누락’ 갈등도 두 기관 사이에 누적돼온 개발·도시정책 주도권 다툼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국토부와 서울시가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친 지점은 ‘받들어총’ 조형물로 논란이 됐던 서울 광화문광장의 ‘감사의 정원’ 건립 문제였다.
국토부는 지난 3월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이 국토계획법과 도로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시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사를 막는 것은 (국토부의) 직권남용”이라고 반발했다. 광화문광장 관리 권한은 서울시에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지적한 사항을 빠른 시일 내에 보완해 공사를 이어나갔고, 결국 지난 12일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실상 서울시가 판정승을 거둔 모양새가 됐다.
두 기관의 대립은 지난해부터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에 초고층 개발 계획 발표하면서도 부딪혔다. 서울시가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에 최고 약 142m의 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게 높이 규제를 풀자 국가유산청, 국토부 등 이재명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종묘 인근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경관을 해친다며 반대했다. 지난 2월 오 시장은 국토부가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방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인근 태릉CC가 포함된 것을 두고 “이중잣대다. 세운지구가 안 된다면 태릉CC는 더더욱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올해 1월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을 두고도 충돌했다. 서울시는 초고층 업무용 빌딩이 밀집한 ‘비즈니스 허브’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반면, 국토부는 주택 공급 안정을 위해 이 땅에 아파트를 대규모로 짓겠다고 맞선 것이다. 현 정부에서 용산 부지에 1만 가구 공급을 내세우고 있지만 서울시는 6000가구가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앞서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용산에 8000가구를 발표할 때도 “그만큼 집을 다 밀어 넣는 건 무리”라고 했고 지금도 “닭장촌”이라고 반대했다. 양측의 입장은 아직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서울시와 국토부의 해묵은 갈등에 대해 한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개발 주도권을 쥐고 있고, 지자체는 인허가권을 쥐고 있으니 그런 것”이라며 “각 기관의 장이 소속 정당이 다르면 더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곤란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4구역. 한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