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자 회사 가루비가 오는 25일부터 일부 감자 칩 제품의 패키지를 흑백으로 바꿔 출시한다. 미-이란 전쟁으로 나프타 공급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챗GPT로 만든 가상의 흑백 패키지 이미지. 가루비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의 과자 업체 가루비(Calbee)가 나프타 공급 부족으로 감자 칩 등 일부 제품을 흑백 포장지로 출시하기로 한 데 대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행위”라는 일본 정부의 날 선 반응이 나왔다.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각종 자원 부족이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관저(총리실)의 고위 관계자는 가루비의 결정에 대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행위가 아니냐”며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2일 가루비는 오는 25일부터 출고되는 감자 칩 등 과자 14종의 포장지를 흑백으로 바꿔 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이란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프타는 비닐, 필름뿐 아니라 인쇄 잉크 등 포장 공정 전반에 활용되는 핵심 원료다. 가루비의 발표는 일본을 넘어 한국, 미국 등 해외에도 일제히 보도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다카이치 정부는 나프타 물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뒤 열린 당수 토론(총리와 야당 대표가 논전을 벌이는 일본의 제도)에서 나프타 공급 차질에 대한 오가와 준야 중도개혁연합 대표의 질의에 “전체 물량 기준으로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어 “여러 현장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충분해야 할 나프타가 실제 현장에 도착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 상황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정부는 자원 부족에 대한 불안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 국민 생활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며 다카이치 정권이 현재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사태 장기화로 인한 화살이 정권으로 향할 수 있다는 초조함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물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사회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정부와 현장 사이에는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일본 정부는 나프타 공급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개별 기업의 관련 운영에도 이례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일본 주방·욕실용품 업체 토토(TOTO)가 지난달 나프타 공급난을 이유로 주택용 욕조 주문 접수를 중단하자 경제산업성이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토토는 단계적으로 신규 주문 접수를 재개했다.
한편 정부와 기업 간 괴리가 나프타 공급량 계산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전체 공급량에 중간재 재고(나프타 유래 제품)를 포함하지만, 기업으로선 중간재 재고는 특정 용도 외 활용이 불가능해 현장의 불안감은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