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나흘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해 연대를 과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하겠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중국은 무기 판매 문제를 처리할 때까지 미국이 추진 중이던 국방부 고위 인사의 중국 방문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대만 무기 수출 관련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통화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통화 시점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그와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와도 얘기한다. 시 주석과도 아주 좋은 회담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러시아와의 밀착 연대를 과시한 시 주석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방중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회담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공동성명에서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과 관련해 “이란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중동의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계획을 자신에게 미리 얘기해줬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환영 행사가 “내 환영 행사만큼 좋았는지는 모르겠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라이 총통과 직접 통화할 경우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 현직 대통령이 대만 총통과 통화한 전례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당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했는데 이때도 중국은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러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라이 총통과 통화한다고 하더라도 대만이 바라는 수준으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해줄지는 미지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시 주석과의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고 발언하는 등 무기 판매 시 중국과 사전 협의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대만에 대한 ‘6대 보장’ 원칙을 언제든 뒤집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기존 외교적 문법을 파괴하면서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가 (백악관을) 떠날 때쯤 우리는 반도체 사업의 50% 가까이 갖게 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에겐 사실상 전무하다. 다른 곳들이 가져갔고, 대만이 가져갔다”고 발언하면서 반도체 사업으로 대만을 압박할 의사를 내비쳤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지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기 전까지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의 방중을 승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방중에 대비해 콜비 차관이 몇 주 내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만약 헤그세스 장관의 방중이 성사될 경우 약 8년 만의 미 국방장관의 중국 방문이 될 예정이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서도 엄포를 놨다. 2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장빈 국방부 대변인은 “대만 당국이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붓고 아무리 많은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사들여도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며, 대만이 양안 통일이라는 흐름을 외면한 채 여전히 외세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려는 환상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FT는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무기 지원을 막기 위해 콜비 차관의 방중 문제를 사실상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만 무기 판매와 오는 9월로 예정된 시 주석의 미국 답방 사이에서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