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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벅’ 운동

입력 2026.05.21 18:15

수정 2026.05.2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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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광천동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21일 열린 스타벅스 코리아 규탄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텀블러와 컵 등이 깨지고 찌그러진 채로 놓여있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광천동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21일 열린 스타벅스 코리아 규탄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텀블러와 컵 등이 깨지고 찌그러진 채로 놓여있다. 연합뉴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고 죽게 했다. 위험을 알리는 경보장치 사이렌은 1819년 프랑스 물리학자 샤를 카냐르 드 라 투르가 세이렌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1971년 미국 시애틀에 매장을 처음 연 스타벅스의 로고도 세이렌이다. 세이렌이 선원들을 홀렸듯이 사람들을 매료시켜 스타벅스에 자주 발걸음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바람이 담겼다. 그 유혹은 전 세계에 통했다.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믹스커피에 익숙했던 대중의 입맛을 바꾸었고, 스타벅스가 입점한 상가는 ‘스세권’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독보적인 문화적 지위를 확립했다. 텀블러와 머그잔 등 다양한 굿즈 역시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무기였을 것이다.

영원할 것 같던 스타벅스의 영광은 예전 같지 않다.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당시 미국 본사가 이스라엘 정부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불매운동이 촉발됐고,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윤리적 소비’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과도한 굿즈 마케팅에도 문제의식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나타나던 차에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행사가 결정적으로 기름을 부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계엄군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앞세운 것은 너무나 악의적이다.

분노한 소비자 사이에서 불매운동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앱을 삭제하는 ‘탈벅 인증’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불 충전금 환불 약관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중의 분노가 이토록 거세고 조직적인 것은, 소셜미디어의 확산 이후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올바른 가치관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이른바 ‘기업 행동주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신화 속 세이렌은 유혹에 실패하자 결국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기업 역시 시장에서 외면받는다는 진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는 거대 공룡기업을 향한 경종이다. 어떤 기업이든 그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과 가치에 공감하지 않고 등을 돌린다면, ‘탈벅 운동’과 같은 소비자 저항에 언제든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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