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입구. 연합뉴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기존 주말에서 평일로 옮기자 일부 지역에서 골목상권 매출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발표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를 보면, 대형마트가 평일에 휴업하는 지역의 매출은 대구 4.7%, 서울 서초·동대문구 2.8%, 부산 사하·강서·동·수영구 6.2%, 부산 동래구 7.9% 각각 증가했다.
KDI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8개 지방자치단체의 유통업체 매출을 신한카드 결제금액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전통시장 등을 포함한 농축수산·전통유통 업종 매출은 지역별로 엇갈렸다. 대구(2.17%)와 서초·동대문구(12.79%)는 오른 반면, 부산은 0.13%~2.33% 감소했다.
온라인 쇼핑 이용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주말에 문을 여는 대형마트로 일부 이동하면서, 대구의 경우 온라인 매출이 2.9%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집객 효과는 주변 상권으로 확산했다. 평일 휴업 전환 이후 쇼핑센터·아웃렛 등 대형 복합유통시설 매출은 서울에서 6.6% 증가했고, 대구와 부산에서도 각각 2.4%, 7.9% 상승했다. 대형마트 내 입점 소매점 매출 역시 대구 17.9%, 부산 주요 지역 15.1~25.8% 증가하는 등 큰 폭으로 늘었다.
이진국 KDI 선임연구위원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해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매출이 일괄적으로 감소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공식품과 생필품은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 소량의 신선식품은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는 등 소비가 세분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이어 “변화한 유통환경을 반영해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적극 검토하되 지역 여건과 상권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마트의 집객력을 골목상권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공동 할인행사, 지역상품 연계 마케팅 등을 병행하면 규제 완화가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주변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2012년 도입됐다. 지자체 조례에 따라 월 2회 공휴일(주로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유통 비중이 확대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고, 2023년 대구를 시작으로 충북 청주시, 서울, 부산, 경기 의정부시 등에서 평일 전환이 이뤄졌다.
2024년 기준 전국 대형마트의 약 14%(67곳)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