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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학생도 행복하지 않은 학교

입력 2026.05.21 19:58

28년 전이다. 영화 <여고괴담>(1998)이 개봉해 한창 관객을 모으고 있었다. 공포영화 틀 안에서 학교의 부조리를 날것 그대로 드러낸 작품인데 특히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무자비한 폭력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당시까지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관객이라면 공감할 만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이 영화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 교총은 “교사의 폭력을 과장하고 교육 현장의 어두운 면만 부각해 교사들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 소식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교사들은 정말 모르나,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가.’

2006년에는 <스승의 은혜>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교사에게 학대와 모욕을 당한 주인공이 16년 뒤 복수를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극장에서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소개한 유튜브 영상에는 20년이 흐른 지금도 댓글이 달린다. “99년도 초등학교 1학년 때, 촌지를 안 준다고 화장실을 못 가게 해 바지에 오줌을 싸게 만든 담임선생님” “20년 전 편부가정이라고 무시하며 애들 다 보는 앞에서 ‘넌 엄마가 없으니’라고 말한 ○○ 선생님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상처 가득한 기억 속 과거 학교
이제는 교권 추락으로 떠나는 교사
학교에 가지 않아 행복한 아이들
학교 정상화할 교육감 찾아야

지금 학교는 그때와 비교할 구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바뀌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리 좋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

이제는 학교에서 교사들의 권위와 권리가 모두 사라졌다는 한탄이 나온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올해 스승의날을 앞두고 전국 유치원·초중등·특수교사 718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가 55.5%였다. 사직을 고민한 이유는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62.8%)이 가장 많았고 ‘보수 등 경제적 처우 불만족’(42.1%), ‘학생에 의한 교육 활동 침해’(33.6%), ‘과도한 행정 업무’(23.4%) 순이었다. ‘교사의 교육적 가치가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답한 이는 5.6%에 그쳤고, 교직 생활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응답도 34.4%뿐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같은 선상에 두고 보니 한국의 학교라는 공간에는 도무지 ‘중간’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학교가 잠시라도 ‘정상’이었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교권이 추락한 만큼 학생들이 행복해지기라도 했을까.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통계가 3년 전에 나왔다. 정부가 2023년 4월 발표한 ‘2022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중고교생 5만1984명 중 우울감 등 부정적인 정신건강 지표를 보인 비율이 2020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 지표는 2020년, 직전 연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가 2022년에 반등했다. ‘우울감 경험률’은 2019년 28.2%에서 2020년 25.2%로 줄었다가 2022년 28.7%로 다시 늘었다. ‘스트레스 인지율’ 역시 2019년 39.9%에서 2021년 28.8%까지 떨어졌다가 2022년 41.3%로 폭등했다. 2020년과 2022년 사이, 청소년들의 삶을 바꾼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코로나19 유행이었다.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는 학교에 가지 않던 시기에 ‘이례적으로’ 개선되었다가, 학교로 돌아가자마자 악화했다. 반면 성인 우울 위험군은 2020년부터 지속해서 증가하다가 2021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고 감소했다.

교육 개혁이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지는 누구나 안다. 단기 대책으로는 어떤 변화도 끌어내기 어렵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도 에르키 아호가 1972년부터 1991년까지 20년간 국가교육청장을 맡아 일관되게 정책을 밀어붙인 끝에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다음달 3일 지방선거가 열린다.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에 대부분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지역별 교육감을 뽑는 선거이기도 하다. 4년 임기의 교육감이 새로 뽑힌다고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까. 그래도 다시 꼼꼼히 공약을 살펴보고, 면면을 따져 학교 현장을 정상화할 인물을 찾아봐야겠다. 그게 지금 한국에 사는 어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무일 것이다.

홍진수 사회에디터

홍진수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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