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기 전 자신이 할 얘기를 미리 골라놓는 경우가 있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 가족에 대한 불만 등 상대방의 이해와 동의를 바라는 이야깃거리를 한껏 안고 약속 장소로 나가지만 오히려 답답함만 커져서 온다면, 그날의 대화는 불쾌한 기억으로 남을 뿐이다. 왜일까. 임상심리학자인 마이클 니콜스와 마사 스트라우스는 그 이유를 “우리가 서로의 말을 진심으로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잘 듣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기보다는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말을 자신의 경험에 녹여 판단하면, 상대의 말에 반박하고 싶고, 조언하고 싶어진다. 겉으로는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말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결국 경청이 필요하다. 경청은 단순한 대화의 기술이 아닌,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말에 몰입하는 ‘이타적 절제’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