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초록 친구, 이끼
김수진 글·그림
목수책방 | 192쪽 | 1만8000원
일본 남부 지역의 나무줄기 사이에 붙어 자라는 이끼 스크로테이미아. 김수진 그림. 목수책방 제공
우연히 남편이 읽던 책에 나온 료안지의 명상정원 사진을 보고 교토를 찾은 저자는 정원의 정교한 조경보다 바닥을 온통 녹색으로 뒤덮은 이끼에 매료된다. 늘 발치 아래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끼에서 “뽐내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 쉽게 모습을 바꾸지 않는 성실함과 고고함”을 발견한다.
정원에서든, 자연에서든 이끼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늘진 땅과 바위에서 자라나는 이끼는 ‘부산물’에 가깝다. 하지만 저자에게 이끼는 “작고 우아한 식물”이며 “위로 그 자체”다. 저자는 남편이 설계한 주택 ‘선요재’에 이끼가 오롯이 주인공이 된 ‘이끼정원’을 꾸민다.
책은 저자가 남편과 함께 손수 이끼정원을 가꿔나가는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놓으면서 저자가 직접 관찰하고 손으로 그린 이끼 53종 그림을 함께 실었다.
이끼 사진 대신 일러스트를 수록한 이유가 있다. 이끼를 바라보는 시간과 이끼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마음까지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끼를 바라보며 돌봤을 저자의 “시간의 밀도와 마음의 결”이 함께 담겼다. 이끼의 개성과 특징을 반영하듯, 53종의 이끼를 저자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렸다.
이끼라면 다 비슷할 것이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공작이끼는 공작 깃털을 닮은 우아하고 섬세한 모습을 뽐낸다. 해발고도가 높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타조이끼는 새의 깃털 같은 노란색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소하’라는 이름으로 이끼 공예 작업을 하는 저자는 이끼 테라리움을 만들고 관리하는 법, 이끼 액자 만드는 법 등 생활 속에서 이끼를 직접 키우고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해마다 저자가 찾는 교토의 이끼정원 정보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