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국민당’ 아비짓 딥케
대법원장 “미취업 바퀴벌레” 발언에
‘게으른 실업자 연합’ 가상 정당 창당
구직난 속 사흘 만에 35만명 모여
“모든 바퀴벌레가 한곳에 모이면 어떻게 될까.” 한 청년의 풍자적 SNS 발언에서 시작된 정치 운동이 인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취업 청년을 바퀴벌레에 빗댄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의 발언에 분노한 인도 청년들은 너도나도 바퀴벌레가 되길 자처했다.
아비짓 딥케(30·사진)가 만든 가상 정당 ‘바퀴벌레국민당’은 창당 일주일도 안 돼 SNS에서 약 1300만 팔로어를 모았다. 구직난과 경제적 불평등을 겪어온 청년들은 바퀴벌레국민당에 열광하고 있다.
딥케는 20일 현지 주간 인디아투데이 인터뷰에서 “전 세계 어떤 단체나 운동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 정도 규모의 팔로어를 얻은 적은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발단은 지난 15일 칸트 대법원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공개 재판에서 “취업도 못하고 직종 내 발붙일 곳도 없는 바퀴벌레 같은 청년들이 있다”며 “이들은 언론, SNS, 정보공개청구 등 활동가가 돼 모두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인도국민당(BJP) 정권 아래 12년째 실업과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구직에 어려움을 겪어온 청년들은 분노했다.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홍보학을 전공하고 일자리를 찾고 있던 딥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대법원장이 나를 정확히 지칭했다”며 “내가 바로 바퀴벌레”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지난 16일 아침, 딥케는 BJP를 풍자한 정당 이름 CJP(Cockroach Janta Party·바퀴벌레국민당)를 떠올렸다. 그는 정당 슬로건을 “게으르고 실업 상태인 바퀴벌레들의 연합”으로 결정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정당 로고를 만들었다. 이후 자격 제한이나 당비 없는 정당 가입 제도를 구축하고 웹사이트와 SNS 계정을 만들었다. 그는 ‘굿즈’로 “나는 바퀴벌레다”라는 문구가 인쇄된 티셔츠도 제작했다.
정당 가입 조건은 간단했다. ‘실업 상태일 것, 육체적으로 게으를 것, 하루 11시간 이상 온라인에 접속해 있을 것, 전문적인 비판 능력을 갖출 것’ 등 4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됐다. 구글 설문지를 통한 당원 가입 신청자는 사흘 만에 35만명을 넘겼다.
딥케는 “이 모든 일은 청년의 오랜 좌절감 때문에 일어났다”며 “청년들은 자신을 무시하는 사회 구조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매년 800만명 이상의 대학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이 중 약 30%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급격한 경제성장 이면에 소수 자본가에게만 부가 집중되는 현상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딥케는 이날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권력자들은 바퀴벌레가 썩은 곳에서 번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인도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고 말했다.
딥케는 “너무 오랜 기간 사람들이 침묵을 지켜왔다”며 바퀴벌레국민당을 계기로 인도의 청년 정치가 발전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