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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하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반도체 초과이윤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양대 노총은 21일 각각 성명을 내고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성과가 배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삼성이 거둔 세계적 성과는 대기업 정규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을 버텨낸 하청·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과 지역사회 인프라가 결합한 '사회적 총노동'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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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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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합의에도 남은 과제···“초과이윤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입력 2026.05.22 06:00

수정 2026.05.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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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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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분배는 빠진 채 단기 보상만 요구”

“초기업 교섭·산업 차원 배분 구조 논의 필요”

노동계는 정부 ‘긴급조정권 카드’ 반복 우려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 총결집 집회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 총결집 집회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하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반도체 초과이윤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사태가 대기업에 집중된 막대한 이익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 것인지라는 과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밤 파업을 1시간여 앞두고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노조 요구에 따라 반도체(DS) 부문 내에서 메모리사업부뿐 아니라 적자가 난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들도 성과급을 받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파업 과정에서 화두로 떠올랐던 ‘사회적 배분’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하청 노조가 원한다면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 될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양대 노총은 21일 각각 성명을 내고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성과가 배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삼성이 거둔 세계적 성과는 대기업 정규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을 버텨낸 하청·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과 지역사회 인프라가 결합한 ‘사회적 총노동’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과의 독식은 있을 수 없다”며 “이번 타결의 성과는 반드시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환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노조와 삼성전자 주주 모두 ‘당장 현금으로 내 몫을 달라’는 식의 단기 보상 논쟁으로 흐르고 있다”며 “정부·지역사회·하청업체와의 사회적 분배나 산업 생태계 차원의 논의는 실종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21일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상법상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노동자뿐 아니라 주주 역시 성과 공유의 주체라는 주장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 정도 규모의 초과이윤이 발생했을 때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없다”며 “성과급이 연봉의 5배, 10배 수준까지 커질 경우 단순한 기업 내부 보상 문제를 넘어 사회적 위화감과 분배 원리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세액공제와 사회적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만큼 주주와 임직원만이 아니라 공급망과 사회 전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AI·로봇 시대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배분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주주 환원도, 노동의 몫 분배도 부족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재벌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고 분배 체계를 결정해온 한국 기업 구조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한국은 재벌 소유 구조 때문에 주주 자본주의도 온전히 실현된 적이 없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언감생심’이었다”고 짚었다. 한국 대기업은 그간 적극적인 주주환원에도 소극적이었고, 노동자·협력업체와 성과를 폭넓게 공유하는 구조가 부재했다. 삼성전자 투쟁을 계기로 뒤늦게 정규직 노동자들의 성과급 요구와 주주환원 요구가 동시에 분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무엇을 선택하든 결국 재벌체제의 행태와 구조를 바로잡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국 경제는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비용은 아래로 전가하고 이익은 위로 끌어올리는 수직적 구조”라며 “그 안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 배분 요구가 나오면 원·하청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노조 요구가 과하다고 비판하기 전에 공급망 구조 자체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으로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강화된 만큼 하청노조가 원청에 직접 이익 배분을 요구하면 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삼성 협력업체들은 원청 일감 의존도가 높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기 어렵고, 원청을 상대로 직접 임금이나 성과급 문제를 요구할 제도적 공간도 제한적”이라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임금·성과급 문제는 사용자성 인정 범위 밖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청노동자 임금은 원칙적으로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와 교섭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노동위원회에서도 산업안전·작업환경 문제 위주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있다.

노동계는 교섭의 ‘틀’ 자체를 바꿔야 사회적 배분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개별 기업 단위 교섭 대신 반도체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초기업·산업별 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원·하청 노동자와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업 교섭 활성화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는 상반기 중 부문 초기업교섭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부 ‘긴급조정권 카드’가 남긴 상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정부가 긴급조정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국가 개입을 시사한 점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노동계에서는 앞으로도 전략산업이나 대기업 노조 파업 때마다 정부가 ‘국가경제 영향’을 이유로 긴급조정권 카드를 검토하는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구시대적인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로 노동자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유린하고 노사 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가려 한 명백한 노동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자본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며 노동자를 협박했다”며 “향후 또다시 정권이 노동권을 무력화하려 든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노동쟁의 과정에서 긴급조정권과 같은 강제적 수단이 언급된 것은 노사 자율교섭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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