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시브 경쟁 부문 초청작 <부우우---피이이--->
국민대 동문 ‘우박스튜디오’ 박지윤· 우현주 작가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칼튼호텔에서 관객들이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초청작 <Voooooo--Peeeeee-->(부우우--피이이--)를 체험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칼튼호텔에서 관객들이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초청작 <Voooooo--Peeeeee-->(부우우--피이이--)를 체험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칼튼호텔. 한국의 2인 스튜디오 ‘우박스튜디오’의 XR(확장현실) 작품 <Voooooo—Peeeeee—>(부우우—피이이—) 체험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진풍경이 펼쳐졌다. VR(가상현실) 헤드셋을 낀 사람들이 손을 허우적대고 있었다. “노란 원에 맞춰 서달라”는 안내를 받고 헤드셋을 받아 썼다. 눈앞에 파란 화면과 함께, 내레이션이 들렸다. “몸에 구멍이 생겼어.”
신체를 클라우드에 올려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게 된 근미래. 현실의 나인지, 가상의 나인지 알 수 없는 화자는 몸에 구멍이 난 듯 소리가 난다고 토로한다. 구멍은 ‘부우우-’하며 부풀어 오르고, ‘피이이-’할 때 쪼그라든다. 일명 ‘개구리 울음주머니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은 나의 손을 안경의 시야에 맞춰 들어보면, 손가락은 네 개. 손끝이 동그랗게 멍울져 개구리처럼 변해 있다.
바다 같기도, 꿈 같기도, 데이터가 유실된 오류의 공간 같기도 한 작품은 체험자들에게 “양손 끝을 모아 동그라미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한다. 진행되는 이야기는 분명 울적한데, 팔을 뻗고 빙글빙글 돌며 원을 만들다 보면 묘한 해방감이 느껴진다. ‘부우우—피이이—’ 하고 들리는 테마도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Voooooo--Peeeeee-->(부우우--피이이--)로 제79회 칸 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 초청된 우박스튜디오의 박지윤(33·왼쪽), 우현주(33)씨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부우우—피이이—>로 제79회 칸 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총 9작품)에 초청받은 박지윤(33), 우현주(33)씨를 지난 20일 칸 해변에 설치된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만났다. 국민대학교에서 영상디자인을 전공한 두 사람은 2인 스튜디오 ‘우박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작품을 하던 두 사람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저희는 미디어아트를 베이스로 하다 보니 많은 관객들을 한 번에 보는 게 익숙하지는 않아요. 많아도 10~20명이었는데, 이번에는 한 회차 당 90명의 관람객이 한꺼번에 체험하는 것을 보니 신기했어요.” 박씨가 말했다.
<부우우—피이이—>의 ‘부’와 ‘피’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부피’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씨는 “가상공간을 위해 거대한 데이터 센터들이 실제 땅의 부피를 차지하며 세워지지 않냐”며 “가상이지만 부피감이 있는 공간을 떠올린 게 작품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창작산실 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기획에 5개월, 제작에 3개월쯤 걸렸다고 한다. 우박스튜디오는 그해 11월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선보였다.
<Voooooo--Peeeeee-->(부우우--피이이--) 한 장면. 칸 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초 칸 영화제로부터 경쟁부문 초청을 알리는 메일을 받았을 때는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일 주일여간 칸에 와서는 세계 각국의 관계자들과 미팅의 연속이었다. 두 사람은 시야가 트이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박씨는 “전시 공간의 큐레이터 등을 만나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줬다”며 “영화에도 배급이 있듯, (이를 통해) 작품이 미술관이나 이머시브 극장에서 보일 수 있겠다는 그림이 보이더라”고 했다.
다른 초청작을 보며 공부도 됐다. 우씨는 “저희는 미디어 작업에서부터 겨우겨우 칸까지 끌고 왔는데, 어떤 팀은 커다란 장비라도 (유통이 쉽도록) 하나의 상자에 꽉 들어차게 담는 것까지 고려해 작품을 만들었더라”며 “어떻게 우리의 작품을 보여주고 현실적인 예산을 상의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어로 된 내레이션과 노래인데도 외국 관객에게도 정서가 통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우씨는 “오히려 ‘내레이션이 한국어였다고? 영어 아니었어?’라고 놀라기도 하더라”고도 했다. 나중에 ‘부피’의 한국어 뜻을 설명하면 외국인들이 “그런 뜻이었구나! 말이 된다”며 즐거워한다는 후문도 전했다.
우박스튜디오는 이번 작품을 디딤돌 삼아 다음 작품도 XR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처럼 한 세계에 여러 명이 동시 접속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멀티 유저’가 참여 가능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우씨는 “이야기에 직접 참여해서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게 VR의 매력”이라며 “이야기의 종결점은 있겠지만, 사이에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성이 생긴다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