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들 생명안전 서약…시민들 ‘이번엔 실천을’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구의역 참사 10주기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김정근 기자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다 쓰러진 열아홉 살 청년의 넋을 기리는 사람들이 다시 구의역을 찾았다. 2016년 5월 28일,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씨가 홀로 작업하다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지 10년이 되었다.
서울 구의역 산재사망 참사 10주기 추모제가 열린 22일 구의역 9-4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김정근기자
2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번 승강장 앞에는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하얀 국화꽃이 쌓이고, 형형색색의 추모 스티커가 스크린도어 기둥을 빼곡히 채웠다.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합니다”라는 문구들이 10년의 세월을 건너 여전히 뜨거웠다.
서울 구의역 산재사망 참사 10주기 추모제가 열린 22일 구의역 9-4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헌화를 준비하고 있다./김정근기자
그의 가방 속 컵라면 한 개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기대하지 못했지만, 그 작은 도시락은 산재 안전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린 상징이 됐다.
사고 당시 김군의 가방에 있던 스패너 등의 작업 공구와 컵라면, 스테인리스 숟가락, 일회용 나무젓가락. /유가족 제공
이날 추모제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원호 서울시장 후보와 정의당 권영국 후보가 나란히 참석해 ‘생명안전 시민 약속’ 서명에 동참했다. 두 후보는 헌화한 뒤 유가족과 시민들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근절, 원·하청 안전책임 강화,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약속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열린 구의역 참사 10주기 추모문화제에 앞서 9-4 승강장 스크린도어 참사 현장에 헌화를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정의당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서울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김정근기자
정치인들의 추모 참석은 낯설지 않다. 매년 이맘때면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표정은 반갑기보다 담담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0년 동안 몇 번의 선거가 있었고 몇 번의 약속이 있었는지 모른다”며 “이번만큼은 서명이 사진 한 장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2일 구의역 9-4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을 추모하며 적은 포스트잇이 붙어있다./김정근기자
구의역 김군이 떠난 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산재 사망은 멈추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에서는 혼자 일하다 다치고 죽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승강장 기둥에 붙은 스티커 하나하나가 그 이름들을 대신하고 있었다. 후보들의 서명이 약속으로, 약속이 정책으로, 정책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이어지는 날, 그때야 비로소 이 추모제는 끝날 수 있을 것이다.